▲ 박필우 대전시 트램건설과장
▲ 박필우 대전시 트램건설과장

박필우 대전시 트램건설과장

필자는 트램 업무를 막 시작한 2016년에 프랑스 등의 도시를 다녀온 적이 있다.

트램에 대하여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트램 선진 도시 견학은 다소 생소했지만, 외국 도시를 다니면서 우리와 다른 점은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유럽의 선진 도시는 트램 노선을 따라 보행자가 북적였다.

특히 유모차와 휠체어가 눈에 띄었다. 유모차가 많은 것은 우리보다 출산율이 높아 짐작할 수 있었지만, 휠체어를 탄 사람이 많은 것은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2015년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4621명으로 OECD 국가 중에서 사망자 비율이 상위권에 속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휠체어를 타는 사람이 유럽보다 많을 거라 예상했는데 오히려 거리에 나온 휠체어 이용자는 유럽이 훨씬 많았다.

현지 트램을 체험하면서 바로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이동의 편리함 있었다.

트램 정거장은 보도와 높이가 같아서 트램을 타기 위한 별도의 동선이 필요 없었고, 트램으로 이동하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도시를 마음대로 다닐 수 있었다. 휠체어가 자유롭게 활보하는 도시에서 일반인이 편리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곳에서 필자가 처음 접한 트램의 이미지는 ‘사람을 생각하는 교통수단’이었다.

우리나라는 출생률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2019년 전국 평균 합계출산율은 0.92명이고 우리 시는 0.88명이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67년 우리나라 인구는 3900만 명으로 현재보다 약 24% 감소가 예상되고, 현 추세라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현재 14.9%에서 2045년에는 37%까지 늘어나 세계 1위 고령 국가로 진입하게 되고, 2067년엔 인구 절반에 가까운 46.5%가 고령 인구가 된다고 한다. 실로 무서운 수치가 아닐 수 없다.이러한 사회구조 변화는 곧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를 의미하며,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미래가 성큼 다가옴을 암시한다.

이 같은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 가능한 교통수단이 바로 트램이다.

우리는 후손에게 비용 부담이 적은 교통수단을 물려줘야 한다. 지하철과 고가방식 경전철은 건설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트램은 저비용 고효율의 대중교통수단이다. 트램은 지하철의 1/6, 고가 방식의 1/3이면 건설이 가능하고, 도시철도 1호선 운영비의 1/4이면 운영이 가능하다.

트램은 노면에서 타고 내릴 수 있어 시내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과 환승이 쉽고 장애인 등 교통약자가 이용하기 편리하다. 이처럼 트램은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가 듬뿍 담긴 교통수단이다.

현재의 나의 모습이 영원하지 않듯이 변화하는 사회에 교통수단 정책도 적응해야 할 것이다.

현재 대전을 포함, 전국 20여 개 도시에서 트램을 건설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4월 15일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부산, 대구 등의 광역지자체를 비롯하여 안산, 사천 등 여러 도시에서 트램건설 공약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처럼 트램은 시대적 대세가 되었다. 아직 도입이 안 된 교통수단이기에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지만, 하나씩 대전 트램의 청사진이 그려지는 모습을 보면서 자부심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도시철도 2호선 트램은 현재 중앙정부와 기본계획 승인을 위해 협의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점은 있지만, 상반기 중에 기본 및 실시설계를 발주해서 공사 착수에 차질이 없도록 추진할 계획이다. 국내 최초로 상용화되는 트램을 대전 시민이 가장 먼저 탈 수 있다는 긍지를 가지고 오늘도 100년을 이어갈 대전 트램을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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