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경 청주시 공원조성과 주무관

지난해 6월. 사회복지직 공무원인 나는 공원조성과로 지원 근무를 오게 됐다. 사회복지 업무와는 전혀 상관없는 '홍보' 업무를 하는 자리에 서게 됐다. 공원 일몰제를 대비한 청주시의 정책을 시민들에게 홍보하고, 잘못된 정보에 대한 시민들의 오해를 풀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

리포터, 방송작가, 스피치 강사로 일했던 경력 덕분에 나는 항상 듣는 사람의 입장부터 생각해보고, 각 대상에 적합한 스피치를 구사하려는 습관이 있다. 그러다 보니 공원 일몰제 홍보를 위한 내 프레젠테이션 시나리오는 홍보 대상에 따라 늘 조금씩 바뀌었다. 듣는 사람이 바라보고 있는 풍경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계속 듣고 싶은 이야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공원 일몰제를 둘러싸고 수많은 사람이 서로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 다르다는 걸 알았다. 마치 누군가는 코끼리의 다리만 보고 있고, 누군가는 코끼리의 코만 보고 있고, 또 누군가는 코끼리의 상아만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각각의 말은 모두 맞는 말이었지만 코끼리 전체를 볼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얽히고설킨 이해관계가 첨예한 줄다리기를 하던 끝에 코끼리 전체를 보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청주시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난개발 대책 거버넌스'가 구성된 것이다. 청주시, 시민단체, 전문가가 한 테이블에 앉아 공원뿐만 아니라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전반의 난개발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고, 참여한 위원들은 각자의 주관적인 입장을 고집하기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폭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해야 했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풍경을 바라보며 살고 있다. 내가 보고 있는 풍경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 있는 자리가 바뀌면 다른 풍경이 보인다. 가까이 들여다보는 풍경이 중요할 때가 있고, 멀리서 보는 풍경이 중요할 때가 있다.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사회복지 업무를 했던 나는 가까이 들여다보는 풍경이 중요했다.

'공원 일몰제'라는 회오리바람에 빨려 들어가 불시착하듯 오게 된 공원조성과에서 공원을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직원들을 만났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 오며 감동스러운 날도 있었다. 그 과정에 공직자가 서야 할 자리, 바라봐야 하는 풍경을 알게 해 준 공원조성과 지원 근무는 앞으로의 내 공직생활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잘못 탄 기차가 때로는 목적지에 데려다준다'라는 인도 속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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