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 매년 봄 특정 사안을 두고 언론을 통해 언급됐던 ‘춘래불사춘’이 이번엔 추상적인 메시지에 그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사회 전 영역에 걸쳐 고통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와 방역 분야 등 일선 현장의 상황은 말을 보탤 필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쉽게 납득키 어려운 이유로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현장 인력의 의지를 꺾는가 하면, 전국민을 상대로 공분을 일으켜 피로감을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달 부산과 경남에서 전남 구례 산수유마을로 꽃놀이를 나선 60대 일행 3명이 연이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 벌어진 일이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스스로를 현직 간호사로 소개한 한 누리꾼의 분노가 이슈로 부상했다.

그는 SNS를 통해 ‘꽃은 내년에도 보면 되잖아. 우린 목숨걸고 일하는데 너는 그 꽃을 봐야겠어?’라는 글을 올렸고 불특정 다수와 접촉으로 코로나19가 확산돼 응급실이 붐비게 된다면 다른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가 실제 의료계 종사자인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그의 절규는 많은 공감을 얻었고 의료·방역 종사자들에게 황당한 사례임은 틀림 없을 것이다.

이러한 사례를 막고자 매년 봄 인기를 끌었던 관광명소는 저마다 방문 자제를 호소하거나 자체 폐쇄했고 삼척과 제주에서는 유채꽃밭을 밀어버리는 초강수를 내놓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장에선 이외에도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재확산이 우려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증상을 인지한 유증상자가 버젓이 여행을 다니는가 하면 증상을 감춘 채 입국한 유학생이나 자가격리 중에도 거리를 활보하는 이가 속출했다.

충남에선 최근 하향 곡선을 그리던 확진자 추이가 부여 소재 교회에서 벌어진 소규모 집단 감염으로 반등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종교집회 자제 요청이 지속됐지만 지난달 말(22일) 예배를 강행했고 이와 연관된 8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다. 서울·경기 등에서도 교회 내 집단 감염이 발생한 데다가 상당수가 예배 강행을 고집하면서 기독교계를 바라보는 여론도 점차 악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쏟아지는 비난을 접하며 어릴적 예배에서 들었던 ‘네 이웃을 사랑하라’는 공의의 하나님이 떠올랐다. 누군가는 목숨을 내놓은 채 현장에 머무른다. 현 시점에서 ‘공의’란 무엇인지 우리는 되돌아봐야 한다.

조선교 기자·충남본부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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