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두환 청주시 흥덕구 환경위생과장

'재난(disaster)'은 그리스어로 '별(aster)이 없는(dis) 상태'를 가리킨다. 망망대해에서 별을 보고 항로를 찾던 선원들에게 별이 사라진다는 건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잃은 사회는 극심한 혼돈과 무기력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큰 재난을 당한 사회가 그런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초유의 사태', '최전선', '초토화', '쑥대밭', '대란', '대공포', '총동원', '창궐', '전쟁 같은', '군사작전 같은', '포화 속' 등으로 묘사돼 단어 자체로 충분한 공포가 된다.

최근에는 코로나19와 우울함(blue)의 합성어인 '코로나 블루'가 생겨났다. 하루의 시작을 코로나19와 함께하면서 확진자 수를 매일 업데이트해 공유하고 누구를 만나도 코로나 얘기만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심한 우울감에 젖는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만성 무기력증,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9.8%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일상이 정지된 것으로 느낀다'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장기 국면인 만큼 실제 방역만큼 '심리 방역'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심리 방역의 방법으로 첫째, 서울시 '코비드(COVID)19 심리지원단'의 심리 방역을 위한 희망 백신 등 '7가지 백신'을 소개한다. △격려 백신으로 '지금까지 잘했어, 앞으로도 잘할 거야' 자신에게 일어나는 정상 스트레스 반응을 인정하고 자신을 격려해 주기 △긍정 백신으로 좋은 일 하기, 내가 참여해서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실천해보기 △실천 백신으로 수칙을 솔선수범 손 씻기와 기침 예절, 마스크 쓰기 등의 안전수칙 철저히 지키기 △지식 백신으로 믿을만한 정보만을 정확히, 규칙적으로 듣고 가짜 뉴스에 귀 기울이지 않기 △희망 백신으로 바이러스는 종식기가 온다는 점을 잊지 말고 반드시 끝이 온다는 것을 분명하게 알기 △정보 백신으로 도움받는 법 알아두기 △균형 백신으로 이성의 균형 유지하기 등을 일상화해 심리적 안정을 찾도록 해야 한다. 지금 가장 필요한 건 현실을 바라보는 낙관적인 자세와 긍정적인 마음이다.

둘째는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물리적 거리 두기)야말로 공동의 치료법이라 생각된다. 역설이지만 만나지 않을수록 더 결속되는 행위가 사회적 거리 두기(물리적 거리 두기)이고, 서로에게 치료제가 되는 백신이다. 우리가 서로에게 백신이 돼주는 집단이 될 것인지 아니면 서로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감염 집단으로 더 오랜 시간 고통받을 것인지는 사회적 거리 두기(물리적 거리 두기)의 성공 여부로 결정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 국민은 위기 때 더 빛을 발한다. IMF 외환위기,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등 어려울 때일수록 모두가 힘을 합쳐 슬기롭게 이겨냈던 저력이 있다. 이제 그 힘을 또 한 번 발휘할 때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