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호 세종특별자치시 경제부시장

'한국 모델'이 뜨고 있다. 코로나 19의 대유행과 경제위기 공포가 전 지구를 뒤덮고 있는 지금, 한국이 주목받고 있다.

시작은 좋지 않았다. 중국과의 지리, 경제적 관계에 '신천지'라는 복병을 만나 확진자가 세계 2위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세계 최고의 검진역량과 IT기술을 활용한 감염경로 추적이 시작됐다. 민간 병원과 자원봉사 의료진이 방역에 동참하며 시스템 붕괴를 막았다. 드라이브 쓰루, 자가격리 앱, 생활치료센터 등 독창적 해법이 전문가, 정부, 시민을 막론하고 제안되었다. 마스크 공적 배포, 사회적 거리두기, 특별입국절차 등 대책이 나올 때마다 시민들의 참여가 뒤따랐다.

그 결과, 위기의 파고가 낮아지고 있다. 위협은 여전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세계가 우리 매뉴얼을 번역하고 각국이 '메이드인코리아' 제품을 요청하고 있다. 개방성, 투명성, 민주성이라는 한국식 대응이 규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는 지난 100년 동안 온갖 풍상을 겪으며 선진 산업국가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한 '87년 이후에도 세 번의 위기를 겪고 있다. 1997년 IMF위기, 2008년 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 19 위기다. 앞의 두 번은 능력도 경험도 부족했다. 대량 해고와 기업 도산, 수많은 가정의 해체라는 엄청난 상처를 남겼다.

이번은 달라야 한다. 방역대책이 효과를 거두기 시작한 지금, 금융 안정과 민생경제 안정에 집중해야 한다. 금융지원은 100조원 규모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기타 지원을 포함해 총 132조원, GDP 대비 7% 수준의 대책이다. 10%인 미국, 30%인 독일에는 부족하지만 시장안정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세종시도 정부와 함께 대책을 마련했다. 소득 하위 70%, 10만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한다. 소상공인 85%, 1만1천개 사업장에는 경영안정지원금을 지급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참여업체에는 휴업 보상금이 추가된다. 방과후강사, 보험설계사 등 특수형태고용종사자를 위한 고용안정사업도 편성했다. 하지만 시작일 뿐이다.

'코로나 블루'의 터널 넘어 무엇이 있을지, 이 터널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다. 어느 길을 가야할까? 이 '국난'을 극복하기 위한 목표와 방법, 가치는 무엇일까? 목표는 고용안정이다. 코로나 19 이후의 질서는 일자리 중심 경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일자리는 단순한 생계문제가 아니다. 일자리는 개인과 사회의 소통수단일 뿐만 아니라 각자의 정체성, 존재 가치를 확인해주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방법은 사회적 대타협이다. 하루 빨리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열어 국회에 계류 중인 국민취업지원제도를 비롯해 고용 유지와 실업부조를 위한 노·사·정 합의를 이뤄야 한다. 특히 기업의 참여를 위한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규제샌드박스처럼 기업이 신산업에 투자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규제는 기업만 향한 것도 아니다. 지방정부의 지방채 발행, 투자계획 수립에 관한 규제도 풀어야 한다. 일자리는 현장에 있다. 그리고 연대가 필요하다. 흔히 민주국가의 운영원리를 자유와 평등(정의)로 생각하지만 연대의 정신이 없는 사회는 '각자도생 생계사회(各自圖生 生計社會)'다. 우리는 자유를 얻기 위해 일제와 싸웠고 공산주의도 이겨냈다. 독재를 물리쳐 평등하고 정의로운 사회의 문을 열었다. 세계를 누빈 기업인과 유능한 관료, 노동자의 땀과 눈물로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랐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돈이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라 기업인의 혁신 아이디어와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 보상받는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 재난은 모두에게 찾아오지만 고통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콩 한쪽도 나눠먹던 연대의 DNA를 일깨우자. 자유, 정의, 연대의 정신이 깃든 혁신 공동체, 한국 모델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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