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첫주만에 시청률 반토막…혹평 일색

▲ [K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tvN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달 동시에 방송을 시작해 방영 2주 차를 막 지나간 tvN 월화극 '반의반'과 KBS 2TV 수목극 '어서와'가 1%대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따뜻한 봄기운을 타고 안방극장에 찾아온 멜로극들이지만, 드라마 자체의 빈약한 완성도 때문에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4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 2일 밤 10시 방송한 '어서와' 7회와 8회 시청률은 각각 1.5%, 1.7%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0.1%포인트씩 하락한 수치다.

지난달 25일 첫 방송에서 3.6%-2.8%를 기록한 '어서와'는 이튿날 방송된 3, 4회에서 각각 1.6%, 1.8%를 기록했다.

방송 첫 주만에 시청률이 1%대로 떨어지는 현상은 KBS 수목드라마의 암흑기라고 불린 2018년에도 없던 일이다.

'어서와'의 저조한 시청률은 TV조선 '신청곡을 불러드립니다 - 사랑의 콜센타' 등 '미스터트롯' 열기를 이어가는 후속 프로그램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사랑의 콜센타' 시청률은 23.1%로 집계됐다.

그러나 혹평 일색이던 '포레스트'가 '미스터트롯'과 동시간대에 방송되면서도 최저시청률은 2.6%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어서와' 자체의 문제도 크다는 지적이 인다.

원작 웹툰은 만화라기보단 일러스트에 가까울 정도로 여백이 많은 작품이다. 웹툰 '어서와'는 주인공이 겪는 소소한 일상이 고양이 홍조로 조금씩 변화하는 내용을 담은 캠퍼스극으로, 고아라 작가의 따뜻한 그림체와 감성이 장점이다. 다만 드라마틱한 사건이 거의 없어 적극적인 각색이 필요한 작품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 각색이 원작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팬들 기대엔 못 미친다는 것이다. 드라마는 주인공이 고양이와 정서적 교류를 쌓아나가는 대신 짝사랑남과의 오해를 푸는 데 집중한다. 영상화를 위해 새로운 설정을 추가하는 것은 창작자의 자유일 수 있지만, '어서와'의 각색은 주인공을 뒤바꾸는 수준이다.

연출도 원작의 강점을 못 살리기는 마찬가지다. 1회에서 고양이 홍조가 사람으로 변한 뒤 침대 밑에서 솔아의 브래지어를 움켜쥐는 장면은 흡사 스릴러를 보는 듯해 원작 고유의 분위기를 훼손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tvN '반의반' 또한 연일 최저 시청률을 경신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23일 1회 2.4%에서 시작한 '반의반'은 2회 2.1%, 3회 1.5%를 기록하며 거푸 뒷걸음질 치더니 급기야 4회에서 1.3%를 기록하고 말았다.

적지 않은 시청자가 드라마의 줄거리가 지나치게 복잡해 몰입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등장인물 간 관계는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인물들이 각자 다른 곳을 바라보는 메인 포스터처럼 하원(정해인 분)과 지수(박주현), 하원과 한서우(채수빈), 지수와 강인욱(김성규), 지수와 한서우는 오해와 착각으로 맺어졌거나 다른 사람이 중간에 끼어있는 관계다. 여기에 하원을 후원한 외교관 손녀이자 녹음실 관리자인 문순호(이하나)까지 넣으면 관계는 더욱 복잡해진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이라는 소재가 더해진다. AI 프로그래머로 일하는 하원은 죽은 지수 목소리를 넣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려 한다. AI가 아직 보편화하지 않은 오늘날 보기엔 어색하고, 기억과 사랑에 대한 고찰을 담기엔 작위적이다.

어느 장면이나 '일시정지' 해도 한 편의 그림이 되는 화면은 액자에 넣어 걸어두고 싶을 만큼 예쁘다. 그러나 이 예쁜 그림을 꿰어주는 서사의 개연성은 부족한 편이다. 눈 덮인 노르웨이 숲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청량해지지만, 서울에 있는 지수가 충동적으로 향하는 목적지가 되는 순간 우스워진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드라마가 디테일은 좋지만, 전체 그림이 안 드러나 불친절한 부분이 있다"며 "시청자들로선 납득이 안 가서 몰입이 안 될 수 있다. 줄거리를 따라가는 대신 설정, 상황을 즐길 수도 있겠지만 보편적인 감상 방법은 아니다"라고 평했다.

멜로극 세 편을 연달아 찍는 배우 정해인이 전작을 그대로 답습하는 듯한 이미지로 나오는 것 또한 작품에 마이너스 요소다. 정 평론가는 "멜로 연기만 하는 배우가 아닌데 이미지가 굳어가고 지루해지는 면이 있다"며 "너무 이런 캐릭터로만 반복해서 소비되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분석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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