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후 목돈 쥐도록 증여세 내지 않는 한도만큼 국내외 주식 사줘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자녀한테 주식 증여하려는데 삼성전자 말고 다른 주식 종목 추천 부탁드립니다.”

코로나 19(이하 코로나)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세인 요즘 지역 증권가 지점을 찾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주가 하락으로 개인들의 주식 매수가 늘면서 자녀를 위해 주식을 사놓는 부모들이다.

최근 인터넷 주식 커뮤니티나 지역 맘 카페 등에 자녀를 위한 주식 매수를 문의하는 글들이 상당수 올라온다.

'아이 주식을 사려는데 무슨 주식이 좋냐', '자녀를 위한 장기투자 주식을 추천해달라' 등이 대다수다.

최근 대전 지역 증권사에는 점심시간에 짬을 내 주식계좌 관련 문의를 하는 사람들로 상담 창구가 가득 차고 있다.

지역 한 증권사 직원 박 모(34) 씨는 "방문 고객이 코로나 발생 이전보다 배 이상 늘어 요즘 하루에 20~30명씩 오는 것 같다"며 "이 가운데 미성년자 자녀를 위한 주식 문의도 여럿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를 찾는 고객 상당수는 최근 주가가 많이 내려간 상황을 좋은 타이밍으로 보고 어린 자녀에게 주식을 사주는 부모들이다.

증여세를 내지 않는 한도만큼 국내외 우량주를 사준 뒤 시간이 흘러 자녀가 대학에 입학하거나 독립할 때 목돈을 쥘 수 있도록 '투자 포트폴리오'를 미리 짜주려는 것이다.

대전 유성구에 사는 주부 김 모(52) 씨는 "지난달 25일 20대 딸을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식을 샀다"며 "최근 주가 하락으로 이들 대형주의 가격이 싸지면서 양을 대폭 늘렸다"고 전했다.

미성년 자녀는 10년 간 2000만원, 성인 자녀는 5000만원까지 비과세 대상이다.

대신 미성년 자녀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려면 직접 부모가 증권사 지점을 찾아 가족관계증명서 등 관련 서류를 내야 한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제로금리 시대를 맞으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을 통해 이러한 방법이 '실속 증여' 수단으로 퍼진 거 같다"고 말했다.

자녀를 위한 부모들의 주식 증여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해왔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의동 미래통합당 의원이 한국예탁결제원과 KEB하나은행, KB국민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미성년자 보유 상장사 주식 현황을 분석한 결과 미성년자 주주는 △2014년 16만 5028명 △2015년 18만 4000명 △2016년 19만 88명 △2017년 21만 2570명 △2018년 26만 62명으로 4년 연속 늘었다.

하지만 아직 자녀의 주식 증여를 늘리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있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라 주식 상속세는 상속일 전후 각 2개월간의 주식 평균 종가를 토대로 산출한다"면서 "국내외 증시가 상승세를 보인 1~2월까지 포함하게 되면 생각보다 주식이 싸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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