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구 세종특별시의사회장

개원 이후 현재까지 대략 20만건 정도 환자를 진료했다. 그들 중 난임 부부는 얼마나 될까?

난임은 원인이 다양하기도 하고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많아 환자별로 다양한 검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각각의 원인을 진단하려 노력한다.

코로나19 감염증도 그렇다. 전 세계적인 대유행 상황으로 국내에서만 1만명 가까운 확진자와 16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최일선 의료진의 희생과 노력 그리고 방역당국의 대처와 국민들의 협조로 코로나19 감염증이 통제 단계에 들어서고 있다.

2개월 이상 긴장으로 의료진이 탈진돼 가고 있는 시기에 세종특별자치시 의회는 지난달 21일 ‘세종특별자치시 한방 난임치료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동안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산부인과학회 등은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한방난임치료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그 지원 사업을 반대해 왔다.

특히 바른의료연구소에서는 부산시와 소송까지 진행하며 한방난임치료 사업결과의 정보공개를 요구했다.

해당 연구소는 3년간 지자체 한방난임사업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한방난임치료는 난임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행위를 했다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의 성과를 보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자체가 무분별하게 시행하는 한방난임사업은 난임 환자를 대상으로 자행되는 엉터리 임상시험에 지나지 않고 난임 환자의 건강을 해칠 우려도 있으며 세금만 낭비하는 사업이므로 철회되어야 마땅하다는 것이 연구소의 주장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지자체는 한방난임사업을 철회하려 하기는 커녕 오히려 확대하려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송재인 교수 역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의료정책포럼집'을 통해 한방난임치료사업에서 보고된 17가지 처방에 사용된 63가지 약재 중 일부는 임신 중 사용 시 기형을 증가시키며 자연유산을 증가시키는 약제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으며 임신 중 한약 복용은 그 효과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최소한의 안정성 역시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아무런 치료를 시행하지 않고 6~8개월 동안 자연임신시도를 하더러도 20~27%의 자연임신율이 보고돼 왔다면서 원인불명 난임 환자에서 한방난임치료를 통한 임신율은 치료를 하지 않은 것보다도 오히려 열등한 결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실제 한방난임치료 7주기이면 산부인과에서는 난임 시술을 2~3번 시도할 수 있는 기간이다.

조기폐경이 임박한 젊은 여성이나 난소기능이 거의 고갈돼 가는 고령의 경우에는 이 몇 달의 기간이 유일한 임신의 기회일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효과가 불명확한 한방치료로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폐경이 되면 환자들은 시험관시술 조차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난임치료는 난임의 원인분석 및 진단, 치료 출산까지의 전 과정에 걸친 의학적 근거가 명확하게 제시 되어야 하며 태아와 산모, 두 생명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안정성, 유효성 검증이 더욱 엄밀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현재 진행 중인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 한방으로는 난임치료의 길이 없다.

안정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방난임치료는 난임부부의 시험관 시술의 기회조차 놓치게 할 수 있고 가격도 책정되지 않은 치료의 지원사업은 한의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

세종시는 출산을 준비하는 부부의 비율이 타 시도에 비해 높아 시의회의 난임치료의 지원은 필요하다.

건강한 아이를 원하는 부부라면 과학적인 난임치료를 지원해 주기를 바랄 것이다.

시의회는 난임부부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난임을 극복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 무엇인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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