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철 세종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장

2019년 12월 국회에서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만18세 유권자’가 탄생하였다. 이땅에 민주공화제가 도입되면서 국민이 권력의 주체로 등장한 이후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민의 나이’는 21세에서 시작하여 71년 만에 18세로 낮아졌다.

해방직후 미군정 아래서 1948년 제헌국회의원 선거법(미군정법령 제175호)이 만들어졌다. 이 선거법에서 ‘국민으로서 만21세에 달한 자는 성별·재산·교육·종교의 구별이 없이 국회의원의 선거권이 있다’고 규정하였다. 이 선거법은 1948년 3월 17일 공포되어 그 해 5월 10일 남한 단독 초대 국회의원 선거에 첫 적용되었다.

1960년 4·19혁명이 일어난 해 3차 헌법 개정과 함께 유권자 연령이 만20세로 낮아진 뒤 제5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졌다. 만20세 선거 연령은 이후 45년간 지속되었다.

참여정부 시기인 2005년 들어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선거 연령이 만19세로 낮아졌다. 그렇지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하거나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 중에서도 선거에 참여할 수 없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현 정부들어 다시금 많은 논란을 거친 끝에 마침내 2019년 말 국회에서 18세 선거권이 통과되어 오는 4월 15일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첫 시행을 앞두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돌아보면, 1941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건국강령을 발표하면서 ‘만18세 이상 남녀에게 보통선거권을 부여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임시정부의 강령이 78년 만에 현실이 된 모습을 보면서 역사의 진전은 이렇게 ‘더디지만 가야할 곳으로 간다’는 희망적 역사관을 새삼 갖게 된다.

한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선거연령이 19세였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32개국의 선거연령은 18세다. 오스트리아는 선거연령이 16세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북한의 선거연령은 17세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한국보다 선거연령이 높은 국가는 대만·싱가포르 등 14개국에 불과하다.

이번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도 18세 선거권을 둘러싸고 숱한 논란이 벌어졌다. 찬성론 중 대표적인 논지는 ‘국방, 납세, 근로 의무의 경우 만18세가 넘으면 개시가 되고 공무원 시험 또한 만18세부터 응시가 가능하다. 이런 식으로 사회적 의무와 자격은 주어지는데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이다. 반대론의 핵심은 ‘청소년들은 미성숙 상태로 또래 집단의 영향을 많이 받고, 조금만 자극적인 포퓰리즘 정책이 나와도 그 타당성을 생각하기보다 그것에 휘둘려 정치적 판단을 하기 쉬우므로 반대한다’는 주장이다.

근래 들어 세종시교육청을 비롯한 각 시·도교육청은 ‘민주시민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초중고등학교에서 인간 존엄성, 인권, 민주주의와 같은 가치를 머리뿐만 아니라 가슴과 발로 체험하는 교육을 함으로써 장차 민주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특히 고등학교는 18세 선거권이 제도화됨에 따라 그동안의 ‘민주시민 준비 교육’에서 나아가 ‘민주사회를 위한 학습과 토론의 장’으로 한 단계 진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내일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오늘 비인간적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는 식의 과거 권위주의적, 반인권적 관행에서 벗어나, 오늘 인간다움을 배우고 느낄 줄 알아야 내일을 인간다운 사회로 만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과 태도가 더욱 학교교육에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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