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식 맥키스컴퍼니 사장

습관처럼 음식점들을 기웃기웃해본다. 저녁이면 북적이던 횟집, 정육점식당, 보쌈집, 빈대떡집이 한적하다. 아예 테이블이 텅텅 비었거나 멀찍이 떨어진 한두 테이블에 손님 둘셋이 앉아 있는 게 고작이다.

실제 하루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10%도 안 된다는 음식점, 술집이 허다하다. 임대료도 못 벌 상황이지만 단골손님 때문에 휴업도 못한다는 하소연은 눈물겹다. 노래방, PC방, 여행사, 숙박업소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문을 걸어 잠근 경우다. 대전·세종·충남의 바닥경제 상황이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대구·경북과 다르지 않은 걸 보면 정작 무서운 건 바이러스가 아니라 공포심 일지 모르겠다.

느닷없이 깨어난 공포심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우리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이 집단 심리 상태가 경제를 완전히 초토화시켰다.

우리 회사도 창사 47년 만에 생산중단이라는 미증유의 사태를 겪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매주 3일은 소주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 생산할수록 재고만 쌓이니 못하는 것이라고 말해야 정확할 것이다. 우리 회사가 매주 이틀만 생산할 정도면 자영업 사장님들의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공장이 간헐적 생산체제에 돌입하면서 영업, 판촉, 유통을 담당하는 직원들도 답답해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이다. 회사의 어려움을 빤히 알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암묵적 동의를 철회할 수 없어서다.

우리 회사가 지역사회 상생을 위해 15년째 하고 있는 CSV(공유가치창출) 경영도 멈춰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계족산 황톳길을 걷는 시민들은 여전히 많지만, 주말마다 힐링을 더해줄 숲속음악회는 잠정 취소했다. 도심 속 힐링콘서트로 열어온 세종호수공원 뻔뻔한 클래식도 개최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신종 바이러스가 아니었다면 대전 최우수축제인 계족산 맨발축제도 지금쯤이면 홍보가 한창이었을 것이다. 소비자와 함께 기부하는 '이제우린 장학금' 적립도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그러나 낙담하지는 않겠다. 우리 사회가 축적한 연대 정신이 발로 할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 사회적 연대의식은 우리 지역을, 우리 사회를, 우리나라를 하나로 묶어내는 강력한 힘이다. 우리는 금 모으기 운동으로 바닥부터 붕괴된 나라살림을 일으켜 세운 국민이다. 그렇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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