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현 금강대학교 대학원 원장

최근 행복에 대한 연구는 철학은 물론이고 심리학과 교육학 등 과학의 영역에서도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행복지수 조사는 부탄왕국(Bhutan)의 제안으로 시작됐는데, 인구 70만 정도의 부탄은 유엔보다 40년 전인 1972년부터 국민총행복지수를 만들어 행복 중심의 경제발전을 추구해왔으며, 2008년부터는 GNH를 국가정책의 기본 틀로 채택했던 국가이다. 2020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7.809점을 획득한 핀란드가 2017에 이어 3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로 조사됐다. 그 뒤의 순서는 덴마크(7.646)·스위스(7.560)·아이슬란드(7.504)·노르웨이(7.488)·네덜란드(7.449)·스웨덴(7.353)·뉴질랜드(7.300)·오스트리아(7.294)·룩셈부르크(7.238) 등 10위권 대부분이 북유럽 국가들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대만(6.455점)이 25위로 가장 순위가 높았으며 그 뒤로는 싱가포르(31위)·필리핀(52위)·한국(61)·일본(62위)·중국(94위)이 차지한다.

행복지수가 상위권에 속하는 북유럽 국가들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특징은 1인당 GDP도 높지만 사회적 안전망, 정부에 대한 신뢰, 사회구성원 간의 연대감과 관대함 등에서도 찾을 수 있다. 사회적 안전망의 경우는 높은 세율 부담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1인당 GDP는 기본적으로 중요하다. 최근 한국에서는 저출산으로 인하여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인구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대부분 일회적이고 현금복지 위주의 정책에 치중되는 반면에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은 부모들이 학령기의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사회적 지원을 하여 출산양육의 행복심리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한국 행복지수는 2020년에 5.872점을 받아 전체 153개국 중 61위를 기록하여 전년도보다 7계단이나 하락했다. 행복지수와 상관되는 척도로 꼽히는 자살율도 2005년 이후 줄곧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국 가운데 1위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국민들의 행복심리는 아주 낮은 수준이다. 이번 보고서에서 처음 발표된 전 세계 도시의 행복순위(주관적 만족도 기준)에서도 우리나라는 서울 83위, 인천 88위, 대구 102위, 부산 107위 등에 그쳤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

이는 한국이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있고 어느 정도의 경제성장도 지속하고 있음에도 행복지수가 후퇴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말해준다. 정부는 선거에서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이 아니라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국민행복정책의 기본 틀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 대처한 전세계의 국가정책에서도 신뢰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국민들도 국가적인 피해를 복구하고, 더 나은 행복사회를 재건하기 위한 노력에 합심할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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