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기래 대전서부교육지원청 행정지원국장

[충청투데이] 샛길마다 서둘러 피는 꽃들이 요염한 색과 향기로 벌과 나비들을 호객하고 있다. 순노랑 개나리꽃과 백설기 하얀 목련꽃은 흐드러지게 벌려 일광욕을 즐긴다.

인생의 중반 50대쯤 되면 도시인에게 전원생활의 향수가 간간이 솟구친다.전원(田園)은 사전적 의미로 ‘도시에서 떨어진 시골이나 교외(郊外)의 논과 밭’을 이르지만 머릿속으로는 나지막한 언덕에 그림 같은 주택과 종일 뒹굴고싶은 드넓은 정원이 있는 그런 유토피아만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실제로 농촌생활은 많은 경험이 있더라도 만만치 않다. 손발이 바빠야 시늉이라도 낸다.

전원생활에서 일어나는 일과가 돈과 결부되는 순간부터는 모든 일은 노동으로 변질되므로 한계를 분명하게 해야 한다. 취미와 일은 다르다. 틈틈이 삶을 반추하면서 정체성을 잊지 말고 때로는 자아성찰과 심신의 근육을 단련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 한국적 이미지의 정원은 이분법이 아닌 자연과의 조화와 균형이 최상의 가치다.

전남 담양의 소쇄원과 명옥헌, 보길도의 윤선도 원림, 논산 명재고택 등 전통정원에서는 유별한 느긋과 고즈넉은 기본이고, 연못이나 계류(溪流)의 생동감은 뷰포인트(View-point)다. 물은 풍수의 필수요소로 땅의 정기(地氣)를 멈추게 하는 성질이 있다. 나에게 적당한 전원지의 선택과 지형에 어울리는 집짓기, 정원 꾸미기는 가족 간의 충분한 합의가 우선이다. 나름 정신적 위안과 자연의 동화로 얻을 보상이 클수록 찰떡 궁합지다. 정원에서는 자연물로 나무, 연못, 바위, 지형 모두 훌륭한 대상물이다. 예로, 가까이 도랑이 있다면 유입해 작은 폭포로 물소리를 내고 작달막한 초화목으로 촘촘한 멋도 부릴 수 있다.

비교적 넓은 공간은 큰키나무로, 좁은 곳은 미니 정원같은 적정한 공간에 복잡하지 않도록 배치하면 남모르게 신선사상도 흠모할 수 있다.

음양오행의 질서에 따라 조성된 후원(後園)은 숨김과 드러남, 교목과 관목, 상록과 낙엽수, 활엽과 침엽수, 개화수와 유실수 등의 황금률이 중요하다. 좋은 환경을 내가 즐긴다 해서 다른 사람의 기회를 줄이는 ‘제로섬 게임’은 아니다.

오남용의 잔류물인 기후 온난화로 인해 소나무가 한반도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소나무 재선충과 산불, 활엽수의 등살에 밀려 100년 뒤에는 남한에서 볼 수 없다는 낙인이 됐다.

또 매화는 이른 봄에 꽃을 피우고 진한 향으로 매력을 과시하는 봄의 전령이다. 설중매, 홍매, 백매 등 별명이 많다. 난초(蘭), 국화(菊), 대나무(竹)와 함께 사군자라고 해 선비의 지조와 절개를 상징한다.

지구상 생명체가 등장한 이래 태양에너지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한 세기 동안 급격한 문명의 발달은 인간들의 편의를 도모했지만 늘 생태계의 미래는 뒷전이다. 엊그제 봄비가 촉촉하게 왔다. 비를 타고 오는 봄이 또 짧게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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