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수 ETRI 기술상용화센터장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마스크 대란에 휩싸여 있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마스크 판매처에는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물량 부족으로 인해 구매하지 못한 사람들의 불만은 커져만 갔다.

정부도 나서서 마스크 공급확대를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절대 공급량이 부족하다 보니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처럼 매우 난감한 상황이던 지난달 2일 경북 문경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현직 약사 한 분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글을 하나 게시했다.

약국이 사용하고 있는 의약품 처방조제지원시스템을 활용해 마스크를 모든 국민에게 주민등록번호 확인을 통해 공평하게 배분하자는 제안이었다.

이 방법은 공급량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사재기 및 구매대기 방지와 함께 지역편중 현상도 해소할 수 있어 그동안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어 발을 동동거렸던 국민의 불만과 불안을 일제히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제안이었다.

정부는 곧바로 이에 반응해 공식정책으로 채택해 시행했고, 또 다른 국민의 제안으로 마스크를 보유한 약국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까지 활용되면서 이제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안심하고 마스크를 필요한 시기에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의 1번 확진 환자의 주치의가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코로나 검진방법 또한 혁신적인 성공사례다.

코로나 감염의 확산으로 검진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검진 대기시간이 길어져만 갈 때 이 방법의 도입은 검진 대기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 줬을 뿐만 아니라 검진 과정에서의 2차 감염의 위험도 줄였다.

그리고 전 세계는 지금 이 방법을 격찬하며 본국의 코로나 검진에 도입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한발 더 나아가 드라이브 스루 검진방식이 공항 검진에 응용해 걸어가면서 검진을 받을 수 있는 워킹 스루 방식의 검진방법을 공항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특성이 있다면 바로 집단지성의 힘이다.

집단지성 즉 특정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해당 분야의 전문가 뿐만 아니라 이질적인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참여해 서로 협력함으로써 기존의 접근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전혀 다른 차원의 접근방식으로 해결했다는 것이다.

1910년 미국의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 휠러가 출간한 ‘개미;그들의 구조·발달·행동’에서 처음 제시한 것인데 이번 코로나 위기를 겪으면서 그 힘의 위대함을 온 국민이 제대로 체감하게 된 것 같다.

만약 마스크를 기존의 방식대로 마스크의 제조확대나 사재기 엄벌의 방식으로만 대처했다면 지금도 우리는 지금 서구 선진국에서와같이 마스크 대란을 겪고 있을 것이고, 우리 국민은 언제 검진을 받을지 모른 채 하염없이 의료기관 앞에서 줄을 서서 검진을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끝으로 이러한 집단지성의 힘이 전 세계에 수많은 국가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우리나라에서 유독 크게 효과를 발휘된 이유는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우리 국민 모두의 DNA 속에 국가가 위기에 처하게 되면 자기 자신의 이익보다는 공동체를 먼저 걱정하고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위기가 기회라고 하지 않은가. 이참에 우리의 공동체 의식을 집단지성의 힘으로 제대로 연결해보자.

멀지 않아 위기는 종식될 것이며 밝은 미래가 우리를 기다릴 것으로 확신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