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환자, 발열 등 증세 있어도 숨겨… 보호복없이 출동했다 낙담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선정화 기자] #. 대전에 거주하는 90세 여성 A씨가 119에 급하게 도움을 청했다. 상황본부에 접수된 신고 내용은 침대 낙상으로 인한 옆구리 통증 호소였다. 이에 구급대원들은 코로나 방호복 착용없이 곧바로 현장으로 출동했지만 여성은 38도 이상의 고열이 나는 등 코로나 의심 증상을 보였다.

놀란 대원들이 부리나케 구급차로 돌아가 방호 장비들을 꺼내 착용을 시작했지만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코앞에 있음에도 바로 구조할 수 없다는 사실에 마음만 다급해졌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사태로 소방대원들의 응급 출동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119 응급신고를 하며 코로나 의심증상을 숨기거나 말하지 않는 이들로 인해 현장 메뉴얼이 180도 바뀌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대전소방본부에 따르면 코로나 대응을 위한 비상 상황근무가 지난달 2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출동대원들은 코로나 의심환자를 마주할 때 전신 감염 보호복과 덧신, 마스크, 고글, 두 겹의 글러브 등을 2인 1조로 착용해야 한다.

대원이 완전 무장까지 걸리는 시간은 평균 5분. 특히 원피스 형식의 보호복은 분리가 안 되고 벗으면 다시 입을 수 없어 대원들은 대·소변을 대비해 성인용 기저귀를 차기도 한다.

문제는 대원이 일반 외상환자로 알고 보호복 착용 없이 현장에 나선 경우다. 뒤늦게 코로나 감염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돼 급하게 보호복을 착용하지만 이 상황을 바라보는 환자는 물론, 대원까지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전소방본부 소속 A 대원은 "환자분이 신고 시 코로나와 관련한 증상들을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이야기해주면 미리 보호복을 입고 현장에 나설 수 있다"며 "현장에 도착해 환자분의 발열 체크를 통해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급하게 방호장비를 갖춰야 해서 구조에 시간이 더 걸리게 된다"고 말했다.

A 대원은 "대원이 코로나 의심환자와 접촉한 경우에는 검사 결과가 나올 때 까지 출동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대원이 많아지면 인력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털어놨다.

상황실에선 코로나 감염 의심 환자 여부를 확인하느라 평소보다 긴 통화를 하고 있다.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20일까지 5분 이상 소요된 상담 건수는 지난해 동기간 대비 240%나 증가했다.

하지만 감염 사실을 숨기는 신고자로 인해 시간만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대전소방본부 관계자는 "신고자들과 5분 이상 통화 하는 건수가 늘었지만 사실을 숨기는 경우가 많아 아까운 시간만 버리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이로 인해 다른 긴급한 신고 전화는 놓치고 출동 대원은 부정확한 정보를 갖고 출동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로나 확진자거나 의심자라고 불이익을 없이 대원들이 병원까지 안전하게 이송해 드리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고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도 된다"고 덧붙였다.

선정화·홍지은 수습기자 sjh@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