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적막한 캠퍼스. 새 학기가 시작된 지 벌써 한 달 가까이 되지만 여전히 대학 곳곳은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채 형형색색의 봄꽃들만 보는 이 없이 피고진다. 1960년대 한일굴욕외교 반대, 1970년대 유신반대 그리고 1980년대 5월, 6월 항쟁 같이 시국 관련으로 휴교령이 내려진 이후 개강조차 못하고 공전하기는 처음이다.

벌써 4주가 하릴없이 지나간다. 처음 2주간 개강을 늦출 때는 여름방학 기간과 학사일정 조정으로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 뒤부터는 온라인 강의로 전국 모든 대학이 수업방식을 바꾼 지 보름 남짓, 수백 개 전공 강의가 인터넷으로 어찌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교수들 중에는 e메일도 하지 않는(못하는) 분들도 간혹 있다. 대학별로 교수들에게 요구하는 비대면 강의방식은 천차만별이다. 단순히 강의파일이나 파워 포인트 자료를 올려놓는 경우부터 최첨단 사이버 강의 프로그램을 작동시켜 실시간 강의를 진행하라는 사례까지 다양하다.

강의실에서 얼굴을 마주보며 상호소통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더러는 웃기도 하고 학생들의 반응을 살펴가며 강의수준을 조절해야 하는데 비록 실시간 강의라도 모니터에 비치는 교수자 스스로의 좀 어색한 모습과 작게 분할되어 나타나는 수강생들의 얼굴은 못내 생소하다.강의실 50분 강의가 온라인에서는 대체로 25분 정도로 축소 운영된다. 그 짧은 시간에 웹캠을 마주보며 전달하는 강의의 양과 질은 수십 년 경력의 교수라도 못내 아쉽고 미흡하기 마련이다. 수강생들은 강의의 수준을 거론하며 등록금 일부 반환을 요구하는 등 개강 지연으로 인한 학사일정 차질과 소모적인 갈등은 시일이 지날수록 깊어만 갈 것이다.

개강이 된다 해도 교양과목의 경우 대학에 따라 수백 명이 수강하는 대단위 강의가 적지 않고 교수가 마스크를 쓰고 강의를 하기도 어렵고 학생식당, 동아리방, 학과사무실, 행정부서 등 감염 취약 공간에 대한 대책 역시 예삿일이 아니다.

이번 한 학기를 모두 온라인 비대면 강의로 진행해야할 최악의 경우 어떤 대안이 있을까. 각종 실험실습과 현장학습이 뒤따르는 이공계, 실기가 필수인 예체능계는 더욱 그러하겠지만 우리나라 대학교육 역사상 초유의 공황사태 앞에 서 코로나 확산의 조속한 진정만을 염원할 따름이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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