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희 기후솔루션 연구원

2019년 8월, 아시아 지방정부 에너지관계자들이 부여에 모여 충남의 탈석탄 경험과 지혜를 배우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한국의 석탄발전소 절반이 위치한 충남에서 말이다. 달리 생각해보면 충남은 에너지전환을 가장 강력히 추진해 나갈 수 있는 핵심 지역이기도 하다. 실제로 충남은 2GW 규모의 석탄발전소 건설계획을 저지해 냈고 아시아 최초로 '탈석탄 동맹'에 가입하며 탈석탄과 에너지전환의 의지를 다졌다. 지난 11월 이런 충남이 또 한 번 해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보령화력 1·2호기를 기존 폐쇄시기보다 앞당겨 문닫기로 확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충남에 위치한 나머지 석탄발전소들의 상황은 어떨까? 그리 고무적이지 만은 않다.

보령화력 1·2호기를 제외한 나머지 석탄발전소에 대한 사망선고는 아직 요원하다. 태안화력 1·2호기는 또 다른 오염시설인 LNG발전소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오히려 보령화력 3·4호기는 도민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기어코 성능개선 사업이 강행되어 20년의 수명을 벌어 놓았다. 서천에는 새로운 석탄화력 '신서천화력'이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충남의 석탄발전소가 배출하는 대기오염물질로 인해 앞으로 최대 1만 1966명의 조기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기후솔루션의 분석은 새삼 놀랍지도 않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피해는 오히려 주변지역에서 더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이는데 그 중에서도 천안, 아산, 서산시민의 생명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석탄발전소의 환경설비를 개선하면 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값비싼 오염방지시설을 달더라도 석탄발전소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막는 데는 한계가 있다. 심지어 현행 전력시장 규칙에 따르면 이러한 시설 투자비용은 전기요금으로 전액 보상해준다.

우리의 생명을 앗아가는 석탄발전에 우리가 생명수를 공급하는 꼴이다. 2030년 이전에 충남의 석탄발전소를 모두 폐쇄한다면 적어도 5269명의 조기사망 피해를 막아낼 수 있다고 기후솔루션의 분석은 말한다. 최근 유럽의 기후연구기관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한국이 2029년까지 석탄발전소를 모두 꺼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재앙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석탄발전의 영구적인 퇴출이다. 이에 충남이 에너지전환의 선두주자라는 위상에 걸맞게 2030 석탄발전 퇴출에 앞장설 것을 제안한다. 물론 갈 길은 녹록치 않다. 석탄화력의 조기폐쇄 시 에너지대안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러나 석탄발전은 더 이상 경제적인 전원이 아니다. 좌초될 자산이며 몰락하고 있는 산업이다.

영국 씽크탱크인 카본트래커 이니셔티브는 2027년경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가 훨씬 저렴해지면서 한국의 석탄발전소로 인해 좌초되는 자산이 12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미 세계자본은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을 석탄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 중단을 선언하고 유럽 국가나 미국 주정부들은 2030년경까지 석탄을 모두 퇴출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지역경제 사정을 걱정하는 충남에 탈석탄과 에너지전환이라는 답을 쥐어 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지금 충남이 세계적 흐름을 빠르게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업을 이행하는 주역이 될 수 있다. 당진 에코파워를 저지하고 보령화력 1·2호기 조기폐쇄를 이끌어 낸 충남의 저력을 바탕으로 뚝심 있게 추진한다면 새로운 산업과 청정일자리 창출이라는 결실로 돌아올 것이다. 기후위기의 시계는 이미 예측을 넘어서 통제할 수 없는 속도로 돌아가고 있다. 에너지전환 선두주자인 충남은 하루빨리 2030 석탄퇴출을 위한 대장정을 시작해야 한다. 주저할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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