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전지부장

지난해 한참 조국 관련 뉴스로 대한민국이 시끄러운 시점에 동문 모임 식사 자리에서 한 동문이 조국 사퇴에 대하여 격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며 그간 모임에서 금기시 되었던 정치가 그날의 주제가 되자, 다른 동문 역시 격하게 상충된 견해를 피력하며 갑자기 분위기는 냉랭해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 외에 다른 사람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마치 자신이 당사자가 된 것처럼 창과 방패가 되어 논쟁을 이어가는 모습이 마치 우리 정치판의 한 단면을 보는 느낌이 들었고, 두 사람 외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무엇일까 참으로 궁금했다. 또한, 두 사람 외에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그리 중요해 보이지도 않은 듯 계속해서 두 사람만의 토론 아닌 논쟁이 이어지자 동료들은 소리 없이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이렇듯 같은 동문 간에 같은 사건을 놓고 각자 의견이 상충하듯 정치는 물론이고 언론, 학계, 사회 전반에서 우리 사회는 좌파 또는 우파만 존재하는지 묻고 싶다. 과연 우리 사회에는 좌·우만 존재할까.? 각종 언론 매체도 좌·우로 극명하게 나뉘고 있다는 느낌이 필자만의 생각이길 기대하며, 각종 방송사의 시사 토론에 출연한 출연자들의 토론 과정을 지켜보면 서로 자신들의 생각만 옳고 상대방 토론자의 의견은 좀처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토론자들로부터 주제에 맞는 합리적 결론을 도출 할 수 있도록 토론을 이끌어야 할 사회자 역시 자신의 책무를 망각하고 자기 생각과 자기 방송에 맞는 결론을 이끌기 위해 좌·우로 지나치게 치우치는 모습은 그리 낯선 모습이 아니지 않은가.? 처음부터 서로 토론을 통해 공동의 이익을 위한 합의점을 찾고자 하는 궁극적 목적보다는 어떻게 하면 상대방의 의견을 부정하고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려는 토론자의 토론을 보면서 그 이상을 기대하기란 처음부터 역부족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토론을 통한 다양한 의견은 매우 중요하고 또한 다양한 의견을 모아 더 좋은 합의점을 도출하기 위한 열띤 토론 과정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본다. 토론을 시청하는 필자 역시 토론 이전에 자신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나와 생각이 같은 토론자의 의견에만 관심을 보이려 하지 않았는지 반문해 본다.

얼마 전에 모 방송국에서 이번 4.15 총선 선거연령이 만18세로 변경됨에 따른 고등학생 유권자가 토론자로 출연한 토론 과정을 지켜보면서 세련되고 성숙 된 고등학생 출연자의 토론 모습에 사회자 역시 놀라운 모습이었지만 필자 역시 적잖게 놀랍고 오히려 지금의 우리 기성세대보다 다양한 의견과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상대 토론자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려는 참신하고 신선한 모습에 찬사를 보내며 그들은 이미 선거권을 행사할 충분한 능력과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우리는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민족성을 말살하고 그들의 방식으로 우리를 쉽게 통제하기 위해 소수의 다양한 의견만을 반영한 토론식 교육보다는 철저히 계획된 일본을 위한 명령하달 단답형 단편적 교육 유산이 아직도 우리 기성세대의 일부분을 지배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본다. 또한, 5지 선단형 위주의 입시 시험 역시 우리의 생각을 단답형으로 만들고 있지 않은지, 초등학교부터 토론 교육을 통한 나와 다른 다양한 의견과 관념에 대하여 열린 마음으로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토론 문화를 경험하지 못한 일부 기성세대의 유산 물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지금 우리 사회는 지역적, 세대별, 이념적 좌파, 우파로 갈려 맹목적으로 그 누군가에 의한 그 누군가를 맹목적으로 추종해 왔고 지금도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본다. 어떤 정책에 대한 찬, 반이 정책과 결과에 따라 판단하기에 앞서 누가 어느 세력이 추진했느냐에 따라 찬, 반이 갈리는 사회에 살고 있지 않은지 필자부터 냉정하고 깊이 있게 성찰의 시간을 가져본다. 우리의 미래와 젊은이들의 미래를 위해 맹목적 지지나 반대가 아닌 냉정하고 현명한 판단력이 우리 미래를 스스로 지킬 수 있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틀렸다고 단정하기보다, 단순히 나와 생각이 다를 수 있음을 서로 인정하고 토론을 통해 더 이상적인 최고의 선택을 위해 맹목적인 고정관념을 우리 스스로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며 내가 바르게 선택하고 판단할 수 있을 때 이 사회가 이 나라가 바로 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