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신성대 현장실습지원센터장·간호학과 교수

우리나라의 대형 국립병원에서 신규간호사 교육을 담당하시는 분이 어느 한 강연에서 경험담으로 해주신 이야기이다. 40세가 넘은 교육 담당 간호사는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한 20대 신규간호사가 예쁘고 사랑스럽기만 하다. 보모의 심정으로 신규간호사를 자립하기까지 온 정성을 다하여 교육한다. 간호학생들은 간호교육인증평가원에서 제시한 임상에서 많이 수행하는 핵심기본간호술기 20가지를 4년 동안 훈련받고 졸업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 후 환자에게 직접 수행하지 못하는 신규간호사를 보며 '간호사 면허도 취득했는데 어떻게 이걸 못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다고 한다. 결국 추천해주신 교수님께 말씀드리며 "어떻게 학생들이 유치도뇨도 삽입하지 못할 수 있나요? 대학에서 뭘 가르친 겁니까?" 라고 질문했더니 지도교수님은 "당연히 가르치고 또 가르치죠. 회음부 모형이 늘어나도록 연습시키고 또 연습시킵니다. 그러나 학생들이 실제로 환자에게 해본 경험이 없잖습니까!." 라는 교수의 답변을 듣고 나니 학생신분으로서 환자에게 술기를 행할 수 없는 제한된 임상현장을 인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권, 환자 안전이 강화되면서 의과대학생이나 간호대학생의 실습 중 의료행위가 직접 수행에서 관찰로 제한되며 기술적인 학습을 할 기회가 없어진 탓이다. 직접 사람에게 할 수 없어 현장과 유사한 상황에서의 시뮬레이션 적용, 모형을 활용한 술기연습 등으로 대체하지만 인간의 피부, 반응과 동일한 대체 실습 환경은 있을 수 없다. 예전에는 침습적 처치 행위를 제외하고 간단한 간호는 수행할 수 있었으나 최근 변화된 임상현장에서는 점차 기회가 없어지고 있다. 전과 달리 신규 간호사들이 숙련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숙련된 간호사를 원했던 건 아닐까?

"예전에 나 젊을 때는..."라며 본인의 예전 얘기를 일컫는 나이든 세대에게 요즘 젊은 세대들은 "나(젊을) 때는"의 유의한 발음인 "라떼는..."이라는 표현을 한다. 나 역시 처음 들었을 땐 무슨 의미인지 몰랐으나 TV 등을 통해 그 의미를 알게 되었고, 의미를 알게 된 순간 그리 기쁘지만은 않았다. "내가 나이든 세대로 구분지어 지는구나" 라는 씁쓸함이 오히려 앞섰다. 자신의 과거 경험담을 털어 놓으며 "내가 젊을 때는 너희처럼 하지 않았다. 너희보다 더 훌륭했다" 라는 무용담과 같은 얘기를 하는 구세대의 이야기를 귀에 거슬려하는 신세대를 본다면 자신이 세대 간 차이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신세대들은 현실과 다른 생각을 하는 구세대를 보며 출발점이 다름을 인지하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게 된다. '쌀이 없어 밥을 못 먹었다'는 말에 '밥이 없으면 빵을 먹으면 되잖아' 라는 답변을 보자. 끼니를 걱정하는 것이 이해가 안되는 세대에게 과거의 배고픔을 이해하기 원하고 예전의 나처럼 경험하길 바라는 건 나이든 이들의 부질없는 욕심이다.

우리 마음의 변화는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문명 속도만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 속도의 차이가 세대 간의 갭이 아닐까 싶다. 달라진 신세대의 문화를 부정하고 자신이 경험한 구시대의 적응방법을 신세대 젊은이에게 강요한다면 조직 내에서도 외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 빠른 속도, 폭넓어진 사회관계망 등 변화된 환경이 모두 좋을 수는 없지만 과거의 모든 것 또한 좋을 수는 없다. 새로운 문화도 나름 합리적일 수 있고 변화된 문화도 사회 구성원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므로 문화에 적응하며 융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다만,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리, 윤리의 선이 지켜진다는 가정 하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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