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재 대전보건대 교수

인간 세상이 온통 코로나19로 숨죽이고 있다. 이런 사이에도 봄의 전령인 벚꽃은 어김없이 만개했다.

예년의 교정과 같다면 벚꽃나무 아래에서 낭만에 가득찬 학생들의 웃음과 노랫소리가 들려왔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교정은 온통 고요 속에 적막하기만 하다. 이에 벚꽃이 질 때 나풀나풀 내리는 꽃비를 생각해 봤다. 생각만으로도 반갑고 정겹다.

마음 놓고 숨쉬기조차 힘겨운 세상에서 내게도 조금이나마 이런 감정이 남아 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인간이 육체적 심장 외에 정신적 심장도 갖고 있다는 증거인가 보다.

이 봄이 소리없이 지나가면 뒤꼍 앵두나무에 달린 앵두도 익어갈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새 지난 겨울에는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듯했던 여름을 맞게 될 것이다.

흔히 ‘앵두’라 불리는 앵두나무는 장미과목으로 ‘앵도나무’라고 한다. 조선 중기까지는 앵두가 제사상에 올라갔으나 그 무렵 각종 예서가 편찬되며 앵두가 사라졌다. 그 이유는 과문한 탓인지 자세히 알 수 없다.

초등학교 정원에는 앵두나무를 잘 심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들이 따먹어 교육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한다. 앵두나무를 바라볼 때마다 세종대왕이 떠오른다.

세종대왕의 업적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세종대왕의 내면은 항상 고통스럽고 힘들었을 것이 틀림없다. 장자가 아니면서 임금이 됐고, 장인 심온이 태종으로부터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훈민정음 창제 당시에도 집현전 학자들을 비롯한 양반들의 반대가 얼마나 심했던가.

세종은 스트레스와 각종 질병에 시달렸다고 한다. 이에 평소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세자이던 어린 문종이 궐내에 있는 앵두를 한 움큼 따다 세종에게 줬더니 그것을 보고 활짝 웃었다고 한다.

세종을 웃게 만들어 앵두에게 ‘효자과실’이라는 애칭이 붙었다는 얘기가 있다.

이같이 효를 상징하는 앵두나무를 초등학교 교정에서 많이 볼 수 있길 바란다. 실제 대전 상소동에 위치한 산흥초에서는 해마다 앵두축제를 연다고 한다.

아이들은 앵두의 의미를 깨닫고 효를 실현할 것이다. 교정에 앵두나무를 심어 효성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새삼 존경스럽다.

5월이 한 달여 남았다.

세종대왕 탄신일에서 비롯된 ‘스승의 날’이 있다. ‘어린이 날’과 ‘어버이 날’도 있다.

흔히 ‘가정의 달’로 불리는 이 시기는 앵두의 제철이기도 하다.

갑천 지류천으로 이어지는 구역에는 상소동이 있다.

뿌리공원과 효문화진흥원, 대전추모공원도 있다.

앵두를 주제로 한 행사를 열어보는 것은 어떨까.

앵두를 통해 지역 내 효문화가 확산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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