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의 중심지 사쿠라다몽(櫻田門)을 지나 직선으로 치요다구(千大田區) 나가타쵸(永田田丁)언덕 위 길게 서 있는 은행나무들의 노란 단풍잎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로수 아래에서는 '방위청 승격반대!', '교육기본법 반대!' 등 머리띠를 두른 교원단체 시위대가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또 한쪽에서는 지나는 행인들을 상대로 연판장에 서명을 받기도 했다.

또 다른 시위대는 인도에 삼삼오오 그룹을 지어 앉아서 머리띠와 어깨띠를 두른 채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어느 시위대도 쇠파이프를 들지 않았고 차량과 시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았다. 질서가 있었다. 따라서 고구려 백제시대의 갑옷처럼 무장한 전투경찰도 볼 수 없었고 많지 않은 평상복의 경찰관들이 뒷짐을 진 채 이들을 지켜 보고 있을 뿐이었다.

저렇게 구호만 외치고 평화적으로 시위만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난 달 문화재급에 속하는 충남도청 담장의 70~80년생 향나무들을 불태운 난폭시위에 우리 모두들 얼마나 속상해 했던가.

12월 7일 오후 1시 정각.

의원들에게 개회시간을 알리는 벨이 멈추자 중의원 의장 고노 유테이(河野洋平)이 입장. 의장석에 앉았다. 술렁거리든 의석이 조용해졌다. 일본 역사탐방에 나선 계룡장학재단 이인구 이사장 등 일행은 이 이사장의 오랜 친구인 참의원 히로히도 우오주미(魚住汎英) 의원의 안내로 외국인에게는 힘든 방청석에 자리를 잡았다.

고노 의장은 일본의 방위청을 '청'(廳)에서 '성'(省)으로 승격시키는 안과 국정교과서의 선택권을 학교에 넘기는 안을 상정시키고 곧 바로 찬·반 토론에 붙였다.

두 의안 모두 반대토론에 나온 야당의원은 찬성하지는 않지만 반대도 하지 않는다는 뜻의 발언을 했고 이어 만장일치로 통과의 방망이가 두드려졌다. 그리고 박수가 터졌다.

의사당 밖에서의 시위대도 거의 같은 시간 행동을 멈췄다.

물론 일본도 과거 과격한 시위가 있었고 의사당 역시 난투극을 벌인 때도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우리 나라가 일본이 과거 보여줬던 악폐를 거리에서 의사당에서 보여준다면 우리는 일본의 뒤만 쫓는게 되고 미래가 없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이날 중의원에서 통과된 것 가운데 '방위청'을 '방위성'으로 승격시킨 일본의 숨은 의도가 무섭다는 것이다.

세계 4대 군사대국이며 우리 나라 보다 2배가 많은 국방비를 지출하는 일본이다. 마음만 먹으면 90일 내에 수십개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핵기술도 충분히 축적해 놓은 상태다.

그런데 성(省) 보다 한 단계 낮은 '청'(廳)의 지위에 있던 방위청을 이처럼 승격시키는 데는 군사대국으로서 야망이 살아난다는 뜻이다. 그만큼 우경화 된다는 뜻이다.

이 야망, 이 우경화가 머지 않아 헌법을 개정하여 그들의 자위대가 외국과의 전쟁도 수행할 수 있는 단계에 까지 이른다.

이렇게 일본이 급속하게 우경화되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핵실험이 결정적 작용을 하는 것이라고 이인구 이사장이 설명했다.

결국 북한의 무모한 핵실험은 일본을 독사로 만들어 놓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의 사이가 갈등을 빚는 사이에 미·일 동맹은 강화되는 현상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북한이 서둘러 핵폐기를 해야 할 이유를 이곳 일본 중의원에서 또 한 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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