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옥 청주복지재단 상임이사
세상이 위험하다.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터진 1986년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산업사회에서 성공적으로 현대사회로 발전한 사회를 '위험사회'로 진단했다.
산업혁명 후 200여년의 산업화와 과학기술의 발달은 결핍 사회에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다. 다양한 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은 늘어나고 삶은 풍요로워졌지만 발달의 대가로 발생한 환경오염과 동식물의 멸종 위기는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염려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급속한 산업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에서 '위험(risk)'은 발전에 따르는 부수적인 어려움으로 생각되었다. 이 시기의 '위험(risk)'은 국소적이고 통제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현대사회로 오면서 '위험(risk)'은 광범위하며 통제하기 어렵고, 전 세계 어디에서도 발생 가능한 일반화된 위험으로 변하고 있다. 울리히 벡은 그의 저서 '위험사회'에서 '위험(risk)'을 성공적 근대화가 초래한 딜레마로 보고 있다.
지난해 있었던 호주 산불은 장장 6개월 동안 서울면적의 60배가 넘는 지역을 태우고 코알라를 포함한 10억 마리 이상의 야생동물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식량난을 겪고 있는 동아프리카는 엄청난 무리의 사막 메뚜기떼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상상을 초월한다. 이 모든 현상들이 산업발전의 결과에 따르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난이다.
이 뿐 아니다.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미세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 등 지구 생태 환경과 관련된 위험은 물론이고, 여러 차례의 경제 위기, 금융위기에 사스, 메르스, 신종 플루 등과 같은 바이러스의 위협까지 주기적으로 인간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이 같은 위험들은 어느 순간에 어디에서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으며, 모든 인간에게 적용되는 보편적 위험이다. 경제적, 사회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는 사회적 배제계층이나 약자계층은 이런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크고 대응 능력은 더 취약하다.
인간은 통제 불가능하고 불확실한 위험에 노출될 때 더 큰 불안을 느낀다. 전 세계적이고 전 방위적인 위험이 느껴질 때 집단적 패닉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안개처럼 서서히 사회 전반에 퍼지는 불안을 극복하는 방안 중 하나는 국가와 구성원이 서로 믿고 의지하는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코로나 19'는 우리에게 위험, 재난의 또 다른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전방위적으로 위협적이며 전 세계적인 위기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
흉흉한 소문과 가짜 뉴스는 사람들의 불안 심리를 가중하고 경제활동이 중단되면서 서민들의 생계유지에 대한 어려움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
'코로나 19'에 대한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EU를 중심으로 국가 간 빗장도 잠기고 있다. 그야말로 위험사회다. 생계 절벽에 서 있거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에 대한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재난 수당, 긴급생활비 지원 등 어떤 방법으로든 '코로나19'로 인해 생계 활동을 하지 못하는 시민들에 대한 공적 차원의 지원이 꼭 필요하다.
더불어 국가를 신뢰하고 서로를 믿으며 함께 위기를 극복하려는 자세가 그 어느 때 보다 요청된다. 사회적 거리는 두고 마음의 거리는 좁혀서 함께 가자.
침착하게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배려하며 불안한 마음이 가라앉도록 가만가만 토닥이자.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위험사회를 건널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키(key)는 우리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