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욱 한밭대 총장
온통 코로나19(이하 코로나)로 전세계가 난리다.
작년 말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에서 시작된 코로나는 중국에서 춘절 연휴가 끝나면서 2월 한 달간 크게 확산돼 지금까지 8만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도 1월 20일 첫 감염자가 발생한 후 두 달이 지난 지금 감염자는 9000명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중국과 한국만 많은 확진자를 내고 끝날 것 같던 코로나 사태는 이제 이탈리아 등 유럽과 중동 그리고 미국을 포함해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번지고 있다.
코로나 대유행이 몇 달 안에 종식된다고 해도 아마도 이번 사태는 앞으로의 세상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 같다.
국내에서도 지난 한 두 달 사이에 큰 변화가 생겼다.
마스크 착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등은 피할 수 없는 행동의 변화지만, 산업과 비즈니스 면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소위 원격 산업은 성행하고 오프라인 사업은 큰 곤경에 빠져있다고 말할 수 있다.
동네 대형 마트나 식당은 어려움을 겪는 반면 온라인 주문과 택배 및 배달업은 증가하고 있다.
영화관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집에 머무르는 사람들은 인터넷 TV나 넷플렉스와 같은 플랫폼을 이용한 영화시청은 늘고 있다.
물론 이런 온라인이나 플랫폼 산업은 소위 4차 산업혁명시대에 더욱 번창할 것으로 예상되기는 했으나 그렇지 않은 플랫폼 산업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공유경제 플랫폼 산업이다. 국내에는 아직도 생소하나 우버와 같은 자동차 공유플랫폼, 에어앤비와 같은 공유숙박업 등은 오히려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은 여행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향후에도 누가 탔을지 모르는 차, 또는 누가 잤을지 모르는 집을 빌려 이용한다는 것이 소비자에게 거부감을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학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국내 대학들은 대부분 2주 정도 개강을 연기했고, 개강 후에도 모든 수업을 비대면 원격으로 운영하고 있다.
감히 몇 달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원격수업의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지만, 또한 새로운 교육혁신이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그 첫 번째가 본의는 아니지만 학생 스스로의 자기주도적 학습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시간 강의든 동영상 녹화강의든 학생들의 원격수업 학습효과를 못 믿는 교수님들께서 과거보다 학생들에게 많은 과제를 부여하고 있다.
남의 것을 베껴내는 것이 아니라면 거의 모든 과목에 과제가 있다 보니 스스로 공부를 안 할 수가 없다. 이외에도 동영상 및 화상강의 후 온라인 채팅방에서 질의응답을 이어가는 경우들도 꽤 있다.
이런 경우 소위 말하는 거꾸로 학습(Flipped Learning, 학생이 스스로 학습하고 교수님과 토론식 학습을 이어가는 방식)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아마도 이 사태가 잠잠해지더라도 이와 같이 원격 동영상 강의와 교내 토론식 학습이 연결되는 수업 형태는 대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 사태는 또한 우리나라 의료 및 방역체계의 선진성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초기에는 코로나 검사에 이틀 정도 걸리던 것을 새로운 검사방법을 도입해 6시간 만에 검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내고, 드라이브 스루 및 워킹 스루 진료소까지 만들어낸 것은 정말 우리나라가 먼저 앞서가는 선진국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했다.
이제는 우리의 검진체계가 세계의 선진모델이 되어간다니 자부심을 가질만한 일이 아닌가 한다.
우리가 자부심을 가질 만한 것은 또 있다.
중국이 우한을 봉쇄했으나 우리는 대구를 봉쇄하지도 않고 빠르게 감염증의 확산을 차단했고, 미국에서처럼 휴지나 생필품을 사재기하지도 않고 있다.
또 자발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는 있으나 그렇다고 ‘외출금지 명령’같은 강제적인 국가 명령도 없이 사태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정시키고 있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경험이 아닌가 한다. 과거 IMF 때 금모으기 운동과 같이 국난 수준의 어려움을 온 국민이 신뢰하고 질서를 유지하여 극복해가고 있는 이 경험이 우리 국민의 힘인 것이다. 사회활동의 위축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지금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기는 하나 코로나 사태 이후에 우리는 이런 훌륭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국가를 꿈꿀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