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5부제에도 본인확인절차 부실… 악용 우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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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투데이 전민영 기자] “신분증 사진만 보여줘도 마스크를 살 수 있는 약국은 많아요. 친한 지인들끼리 서로의 신분증 사진을 저장해 놓고 다니다가 기회가 되는 사람이 사면 돼죠.”

대전 유성구 궁동에 거주하는 A(27) 씨는 친한 지인들과 서로의 신분증 사진을 핸드폰에 저장해 놓고 다닌다.

핸드폰에 저장된 신분증 사진만 보여줘도 공적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94년생인 A 씨는 목요일에 공적마스크를 살 수 있지만 수요일에도 1993년생인 친언니의 신분증 사진으로 공적마스크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A 씨는 “타인의 신분증을 들고 다닐 순 없지만 사진 공유는 비교적 쉽다”며 “일상생활을 하다 보면 마스크 도착 시간에 맞추기 어려운데 이 방법은 서로 마스크를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꿀팁’이다”라고 말했다.

공적 마스크 판매 시 휴대전화에 저장된 신분증 사진으로 확인 절차를 진행하는 약국이 많아지면서 마스크 대리 구매를 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약국에서는 일일이 걸러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부실한 본인확인 절차의 사각지대에서 편법이 보란 듯 자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규정한 마스크 5부제 원칙에 따르면 마스크를 구매시 본인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여권 등 신분증, 주민등록등본 중 하나를 소지해야 한다.

그 이외 신분증명자료는 원칙적으로 배제된다.

하지만 현재 다수의 약국에서는 ‘얼굴과 이번 주 내 구입여부만 확인하면 된다’며 신분증 사진으로 본인 확인을 대신하기도 한다.

동구 가오동에 거주하는 B(24) 씨 또한 휴대전화에 저장된 자신의 주민등록증 사진으로 마스크를 구매한 적 있다고 말했다.

B 씨는 “신분증 사진파일도 괜찮다는 곳이 있다”며 “덕분에 신분증 없이 마스크를 구입했지만 이런 식이라면 대리구매도 충분히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원칙대로 진행되지 않는 부실한 확인절차 속에서 동일성별, 비슷한 연령대를 가진 이들 사이 대리구매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 부모·자식 간에도 일정 자격을 충족하지 않으면 대리 구매가 불가능한데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만 편법이 쉽게 이뤄진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식약처가 대리 구매가 가능하도록 규정한 사례는 △2010년 포함 그 이후 출생자 △1940년 포함 이전 출생자 △장애인, 장기요양급여 수급자들의 주민등록상 동거인들이다.

약국 관계자는 신분증과 구매자의 일치 여부를 하나하나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배려 차원의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동구 가오동 한 약국의 약사는 “마스크 대란 속에서 일부로 약국을 찾은 주민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원칙만을 고수할 수 없어서 신분증을 놓고 온 경우 등을 배려하기 위한 것”이라며 “약국에서도 최대한 주민들의 사정을 고려하는 만큼 마스크 본인 구입 여부는 사실상 개개인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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