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래 K-water 청주권지사장

사회간접자본(SOC)은 각종 재해에서 우리의 안전을 지키는 디딤돌이다. 전염병 재해인 코로나19에 대한 우리나라의 치사율은 1% 이하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메르스·SARS와 같은 위기를 여러 번 거치며 쌓은 성숙한 시민의식도 있었지만, 의료 시스템 전반에 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탄탄한 공중보건의료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각종 자연재해의 기저에는 자연계 시스템의 훼손과 변화라는 메커니즘이 자리 잡고 있다. 도시의 발달에 따른 자원 집중화 현상은 자연 생태계의 변화를 가져와서, 급격한 기후변화를 동반하고 있으며, 홍수와 가뭄같은 자연재해 그리고 서식지 변화에 따른 야생동물 및 병원균의 분포 변화로 동물매개전염병을 야기하는 하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과 홍수 같은 물 관련 재해는 우리가 상시 마주하는 자연재해 중 하나이다. 2017년에는 충남 서북부 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있었지만, 충북 청주지역에 하루에만 290㎜의 비가 쏟아지는 등 이른바 '강수량 불균형'으로 많은 사상자와 경제적 피해를 발생시켰다.

물 관련 재해를 대비하고 기후변화에서 미래를 지키기 위해서는 물의 소중함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이 같은 노력의 일환으로 국제연합(UN)은 1993년부터 매년 3월 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올해 주제는 ‘물과 기후변화’로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동시에 물의 소중함이 인류 미래의 지속번영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고 있다.

이러한 물 관련 재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사회기반시설 투자와 정비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낮은 물 값으로 투자와 비용의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7년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당 수돗물 값은 666.9원으로 OECD 최저수준으로서 영국(2505원)이나 독일(3107원)과 비교할 때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원가적인 측면에서도 생산원가 대비 88.1%로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경영효율화를 통해 원가 절감 노력을 선행해야함은 물론이고, 물 값을 하루빨리 현실화시켜 안전하고 깨끗한 물 서비스와 노후관개량 등 투자의 선순환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낮게 책정된 물 값은 인천의 수돗물 적수사태와 같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 투자재원이 부족해 미래를 위한 투자를 어렵게 한다. 수도요금은 현재 물을 생산하는 비용과 미래의 투자비까지 포함되어 있다. 낮게 왜곡돼 책정된 물 값은 미래를 위한 고도정수처리 등 새로운 투자를 어렵게 하고 이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과 경제적 부담으로 남게 된다.

또 낮게 책정된 수도요금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물소비량은 280ℓ로 영국(150ℓ)이나 독일(127ℓ)의 2배에 다다르는 등 물의 과소비로 이어진다. 물 1㎥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304W의 전기가 필요하다. 한 컵의 물을 아끼는 것은 그 만큼의 전기를 절약하는 것이고, 이는 지구온난화 현상을 줄여 지구환경 개선에 기여하게 된다.

적정한 수돗물 값은 미래의 안전한 물 인프라 구축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투자재원 마련인 동시에 수익자 부담원칙에 의한 절수생활을 유인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더 나아가 자원 및 에너지 절약을 통해 직접적인 사회적 비용을 줄이고 지구환경을 개선시킬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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