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으로 불안한 시간이 계속되고 있다. 외출도 꺼려지는 요즘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힐링을 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절기도 춘분이 지나는 시점을 맞아, 봄의 수채화 같은 영화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봄이 오면 코로나 바이러스도 잠잠해지지 않을까 기대를 해본다. 이번에 살펴볼 영화는 ‘앙: 단팥 인생 이야기(2015년 개봉, 일본)’이다.

주인공 ‘센타로’는 일본 전통 단팥빵 도리야키 가게의 주인이다. 하지만 그는 도리야키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 과거 자신의 큰 실수로 가게에 몸이 묶인 신세일 뿐이었다. 그렇게 센타로는 세상과 격리된 채 하루하루를 단지 연명하며 버텨나가고 있었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어느 봄날, 주인공의 가게로 ‘도쿠에’라는 할머니 한 분이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며 찾아온다. 센타로는 나이 든 할머니가 부담스러워 거절하지만, 도쿠에의 단팥 만들기 실력을 본 후 같이 일하기로 한다. 사실 센타로는 도리야키의 핵심 재료인 단팥을 직접 만들지 않고, 완제품을 사서 사용해 왔던 것. 도리야키의 맛도 평범한 수준에 그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단팥 덕분에 가게는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센타로도 단팥 만들기를 배우며 삶의 생기를 조금씩 되찾아갔다.

그렇게 작은 행복을 키워나갔지만, 센타로의 가게에 다시 시련이 닥친다. 센타로에게 과거의 실수가 있었던 것처럼, 도쿠에 할머니에게도 과거의 상처가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잘못은 아니었지만, 사람들의 편견으로 인해 도쿠에 할머니는 가게를 떠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센타로는 사람들의 편견에 굴복해 도쿠에를 지켜주지 못한다. 하지만 시간이 좀 더 지나 센타로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도쿠에 할머니에게 사죄하며 그녀의 아픔과 상처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도쿠에 할머니는 센타로를 용서하면서, 그에게 남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영화는 계절의 변화를 통해 이야기의 분위기를 전달하는데, 그중에서도 봄의 풍경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담아냈다. 시작 부분에서 흐드러지게 핀 벚꽃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보인다. 이를 배경으로 등장하는 도쿠에 할머니와 봄의 이미지는 관객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또 중간중간 등장하는 풍경들 역시 보는 이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 영화는 도쿠에 할머니를 통해 다시금 삶의 의지를 얻은 센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마친다. 독자들도 이 영화를 보며 힘겨운 시기에 조금이나마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또 영화 속 봄의 풍경을 미리 보며 약간의 힐링이 되길 기대해본다.

안형준 기자 ah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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