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외국문학을 공부해서 서양사람 이름은 나름 정확하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근래 자주 매스컴에 등장하는 국제보건기구 사무총장의 이름은 못내 헷갈렸다. 여러 매체에서 각기 다른 표기로 내보내는 까닭도 있었는데 여러 사이트를 검색하니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라는 표기가 그중 많았다. 에리트레아 사람이라고 포털사이트에 나와 있는데 에티오피아 보건, 외무장관을 역임했다는 대목도 의아했다(에리트레아는 에티오피아 영토의 일부였는데 1993년에 독립했다고 한다). 어려운 이름에 난해한 프로필이었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사람 이름을 쉽게 외우는 편이어서 학과 제자는 물론 교양강의나 타 대학 출강 시의 수강생들도 대체로 이름을 기억한다. 이름을 기억하면 인간관계가 부드러워지고 더 가까운 느낌이 든다는 믿음 때문이다.

학생 성명 뿐 만 아니라 우리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의 이름도 그런대로 기억 속에 입력된다. 국회의원 이름과 출신 지역, 선수(選數), 원내 직책과 활동, 막말이나 폭력 같은 언행과 세간의 주목을 받은 사례 등을 종합하여 매우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의원 활동수준 등급을 매겨보기도 한다. 주거지 지역구 의원의 경우 4년 전 선거 공보물을 보관하고 있어서 그때 내건 공약의 실천 여부도 점검이 가능하다. 미우나 고우나 우리 사회에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직군이어서 그런 관심이 갔는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이 자신의 지역구 의원이나 주요정당 대표와 중진, 이런저런 연유로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국회의원들의 성명과 정치 역량을 기억하겠지만 이런 유권자들의 날카로운 관심과 평가를 제대로 예민하게 의식한다면 20대 국회처럼 식물, 동물 국회라는 오명을 남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21대 국회부터는 누구나 자신의 지역구 의원 뿐 만 아니라 더 광범위한 정치인, 관료, 사회 각계인사들의 이름과 활동, 도덕 수준 등을 관심 있게 기억한다면 지금보다는 더 조심스럽게 유권자와 국민의 시선을 의식하고 행동하게 되지 않을까.

4월 초 공식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어 선거벽보가 나붙고 갖가지 선거공보물이 배달된다. 이름부터 자세히 기억하고 꼼꼼하게 훑어본 뒤 홍보물을 4년간 잘 보관한다면 의정활동 수준이 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아질거라고 기대해본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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