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숙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 등록1팀장

29년 차 지방공무원이다. 그동안 어렵고 힘든 일도 참 많았다. 여러 유형의 악성 민원은 물론이고 예기치 않은 자연재난이나 사회 재난으로 인한 비상사태로 수많은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그 우여곡절을 어찌 다 말할 수 있으랴.  공직생활은 초임 때부터 험난했다. 1991년 발령 첫해에는 주민등록 전산화와 인감대장 분리 작업을 위해 추운 겨울날 매일같이 늦도록 야근을 하고 주말 출근도 밥 먹듯 했다. 또 1994년 읍사무소에 근무할 때는 가뭄이 심해 피해 조사와 관정 설치를 하려고 스무 살이 갓 넘은 아가씨가 논밭을 뛰어다녀야 했다. 그 후로 각종 재난상황도 여러 번 겪었다. 특히 지난 2003년 3월 이른 봄의 폭설과 2017년 7월 수해(水害)는 결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가뭄, 홍수, 폭설 등의 자연재해와 북한의 도발로 인한 비상상황, 또 사스부터 신종플루와 메르스까지 여러 번의 전염병 위기도 겪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거센 폭풍은 내 공무원 생활의 최대 위기처럼 느껴진다.

지난해 1월부터 청주시 차량등록사업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차량등록사업소는 1∼2층 사무실을 쓰고 있다. 민원 업무를 처리하는 1층은 직원 43명이 차량 관련 등록(신규·이전), 세무, 저당 말소, 건설기계 등의 업무를 본다.

661㎡가량의 실내 공간에서 하루에도 500~600명의 방문객을 상대로 800여 건의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 민원창구는 그야말로 콩나물시루가 된다. 그러다 보니 사람 간의 접촉이 많아져 감염의 취약지가 된다.

처음 코로나19가 국내에 전파됐을 때만 해도 '개인위생 수칙만 지키면서 조심해야겠다'라는 정도로 생각했다. 직원들에게도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 등의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지킬 것과 해외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선이었다. 하지만 연이어 확진자가 나오고 청주에도 확진자가 연이어 나왔다.

찾아오는 민원인들에게 마스크 착용과 발열 체크를 안내한다. 하지만 마스크가 없다는 민원을 출입통제하기도 어렵다. 궁여지책으로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마스크를 주기도 하고 체온을 측정한 후 출입을 허용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직원의 출입통제에 항의하는 민원인들이 많다. 이곳저곳에서 고성이 나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심리상태가 불안정해진 탓인지 안내에 불응하며 막무가내인 사람들도 늘어나는 것 같다. 그로 인해 직원들은 많은 애를 먹는다.

이번 코로나19 국내 감염이 시작됐을 때부터 우리 사업소는 잘 대처해 왔다. 그러나 우리 부서가 폐쇄됐을 때 업무를 대체할 부서가 없다. 그만큼 시민들의 불편과 피해는 더 커질 것이다. 그래서 오늘도 더 많이 신경 쓰며 긴장하고 있다. 두려움과 위기감조차 느낀다. 지난달 27일부터는 출입구를 한 곳만 지정하고, 출입문 입구에서 직원이 2인 1조로 손 소독제·마스크 착용을 안내하고 있다.

하루에도 몇백 명이 왔다 갔다 하는 이곳이 때로는 너무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공직자다. 그러한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그 두려움을 극복한다. 오늘도 직원들을 독려하고 응원한다. 한마음으로 잘 극복해 보자고 토닥이며 협조를 구한다. 시민들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고생하는 우리 청주시청의 동료들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시민들의 협조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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