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좌종. 청주시 제공

청주시 도시재생기획단 주무관 임좌종

지금 청주에서는 도시재생의 작은 몸짓으로 인한 의미 있는 변화가 꿈틀거리고 있다. 내덕1동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밤고개 정비'가 그 주인공이다. 지금 이곳은 상당수의 유해업소가 정비됐고 그늘졌던 여성들을 보듬는 과정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리고 사라진 유해업소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함께 고민했던 주민들은 스스로 협의체를 만들었고 앞으로 사회적 협동조합으로의 더 큰 날갯짓을 준비하고 있다.

밤고개의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내기까지 작은 몸짓들의 여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밤고개 지역은 내덕1동 도시재생사업구역과 '문화제조창C'라는 생동감 속에서 어둡고 그늘진 비대칭 구조를 이뤄왔다. 언젠가는 정비를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됐고 실천적 수단으로 도시재생이라는 옷을 갈아입게 된 것이다.

첫 몸짓은 국토교통부를 찾아 이해를 구하는 것이었다. '도시재생사업을 통한 유해업소 정비가 도시재생의 근본 취지에 부합한다'라는 우리의 논리를 지속적으로 펼쳤고 그 결과 변경 승인을 약속받을 수 있었다. 그 다음 몸짓은 사전 절차인 의회 승인과 주민공청회였다. 이 과정에서 찬성과 반대가 팽팽히 대립했고 반대 입장에 있던 업주와 건물주들의 강력한 항의는 또 다른 암초가 되기도 했다. 도시재생기획단 직원들이 각자 역할을 나눠 밤고개 현장에서 그들의 입장도 들어보고 시의 입장도 전달하며 유연한 협상을 펼쳐 서로 간의 간극을 좁혀나갔다. 더불어 전주 선미촌, 서울 방학천 등 밤고개와 유사한 사례가 있는 다른 지역을 찾아 자문도 구해보는 등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그렇게 밤고개 유해업소 정비라는 작은 몸짓을 시작한 지 2년이 흘렀다. 수차례에 걸친 보상 협의는 유해업소 정비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 안될 것만 같았던 구역계 내의 16곳 유해업소가 모두 정비된 것이다. 이 구역은 밤고개 내에서도 유해업소가 가장 촘촘하게 밀집해 거점 역할을 했던 곳이다. '설마 밤고개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겠어'라는 의구심이 '그래! 뭔가 해볼 만하다'라는 자신감으로 바뀌었다.

주민들은 보상 과정에서 건물주나 업주들과의 갈등 상황에서 중재자 역할도 해줬다. 이제는 유해업소가 사라진 자리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행복한 고민도 하게 됐다. 유해업소 정비를 목적으로 시작된 작은 몸짓이 이제 도시재생의 큰 모범사례로 커져가고 있다. 국토교통부에서도 밤고개 유해업소 정비를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전파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이제 밤고개는 어둡고 그늘진 터널을 빠져나와 그윽한 문화의 향기를 뿜어내기 위한 기지개를 펴고 있다. 그리고 밤고개의 변신에 도시재생의 작은 날갯짓이 있었음을 기억해 주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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