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엔디컷.

우송대학교 총장 존 엔디컷

이 세상에서 ‘센 것, 강한 것’을 말해보라면 무엇이 있을까?

필자는 사랑, 정의, 진실, 믿음 등등 이런 것들이 떠오른다. 거기에 추억 또한 그 힘이 매우 세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돈과 권력도 매우 강한 것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그 끝이 아름다운 경우는 드물기에 제외시키고자 한다. 따스한 햇살과 살랑거리는 바람이 봄이 오고 있음을 말해주지만 올해는 그 설렘을 제대로 느끼기엔 부족함이 크다. 최근에 세계보건기구에서 팬데믹을 선언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이다.대부분의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바이러스의 기세가 잠잠해지길 기다리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요즘 추억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는다.

매년 봄이면 대학가는 졸업식과 입학식으로 분주하곤 하다. 졸업생들은 축하하는 선후배, 가족들과 함께 꽃다발을 들고 사진을 찍으며 대학생활의 마지막을 추억으로 남기곤 한다. 그러나 올해는 졸업식과 입학식이 모두 취소되고 개강마저 연기되어 캠퍼스는 아직도 한 겨울처럼 썰렁하기만 하다. 매년 3월이면 싱그럽게 피어나는 새싹들과 신입생들이 어우러져 캠퍼스는 그야말로 생기발랄했었는데 지금은 적막함만이 감돌고 있다.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이유로 시작과 끝맺음의 추억 한 칸이 비게 될 학생들이 필자는 너무도 안타깝다.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많은 행사들이 취소되거나 할 수 없게 되고 보니 지금까지 살면서 경험했던 모든 행사와 일상들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에서 어린 시절 아름다운 추억이 많을수록 악에 빠지지 않고 삶이 끝나는 날까지 안전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추억은 아주 힘이 세다고 말하는 모양이다.

해가 뜨든 지든, 걱정이 있든 없든 우리의 일상은 늘 이어져왔다. 그렇게 아무런 탈 없이 이어질 것 같았던 일상의 일정 부분들이 조용하게 멈춰버렸다. 시간이 멈춘 것 같다는 사람도 있다. 늘 곁에 있을 것만 같았던 뭔가를 잃어봐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흘러가듯 곁에 있던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절실히 깨달았다.

‘여행자는 자신의 고향을 그리워한다. 그는 방랑을 통해 고향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는다.’는 미국 작가 찰스 디킨스의 말처럼 일터에 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동료들과 작은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순간, 아내가 차려낸 따뜻한 밥상, 산책길에 함께 보던 강가의 노을 등, 소소하고 일상적인 것을 공유하고 추억하는 순간이 행복이었음을 우리는 알게 되었다. 친구들을 알아가는 순간, 사랑에 빠지던 풋풋함, 체육대회에서 함께 뛰던 열정과 연대, 그들을 한 목소리로 응원하던 함성. 우리 학생들이 누려야 할 일상이 어서 돌아오기를 소망한다. ‘안녕하다’라는 한국의 인사말이 ‘아무 탈 없이 편안하다. 몸이 건강하고 마음이 편안하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하루빨리 그런 안녕한 날이 왔으면 한다. 코로나 사태가 종식될 때까지 여러분 모두 건강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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