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을석 충북교육청 정책연구소장

박을석 충북교육청 정책연구소장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 질병이 일상이 되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 걸쳐 대유행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병마에 희생되고 사회 활동은 마비되고 경제는 바닥 모를 심연으로 내려앉고 있다. 정말 안타깝고 걱정되는 상황이다.

세상이 이런 탓인가. 과거에 나온 감염병 관련 영화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아무개 영화 플랫폼에서는 검색률이 아주 높아졌다고 한다. '감기', '아웃브레이크', '컨테이젼' 같은 영화가 그렇다.

공교롭게도 한 편도 보지 못했다. 영화 매체에 친숙한 세대가 아닌 탓일 것이다. 영화보다 소설 작품이 더 친숙한 세대라서 그랬을까.

감기 증상처럼 시작되어 폐렴 등을 일으키는 낯선 질병과 인구 1100만에 이르는 거대 도시를 봉쇄한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단박에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라는 작품이 떠올랐다.

페스트는 세균성 질병이고 코로나 19는 바이러스 질병이다. 하나는 현실에 바탕을 둔 가상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펼쳐지고 있는 현실 상황이다. 이런 차이에도 불구하고 카뮈의 작품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4월 어느 날 쥐들의 죽음과 함께 시작된 괴질, 이를 둘러싼 정부의 대응과 인간 군상은 코로나 19 상황을 살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가장 먼저 의문을 품고 질병의 정체를 밝히는 의사들, 발생한 질병 자체를 거부하다가 도시의 혼란을 우려하여 봉쇄령을 내리는 정부, 당면한 공포 앞에서 술에 취해 흔들리는 도시….

오직 성실성이라는 도덕적 가치로 자신의 직분을 다하는 의사 리외, 파리의 애인을 그리워하며 끊임없이 탈출을 꾀하는 현직기자 랑베르, 페스트라는 질병을 하느님이 내린 형벌이라며 더 뜨거운 신앙을 강조하는 신부 파늘루, 우연히 낯선 도시에 머물게 되었지만 체념하지 않고 페스트와 싸우겠다는 외지인 타루….

이들은 각기 다른 가치와 경험이 있지만 괴질과 싸워야 한다는 당위성 앞에 힘을 모아 역병과 싸우기 시작한다. 눈뜰 때마다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공포에 굴하지 않고 거대한 암흑 앞에서 좌절과 체념을 거부한 이들이 보건대를 조직하여 페스트와 싸워나간다.

폐쇄 도시 오랑에 겨울이 찾아오고 기적적으로 네 사람이 병마를 이겨낸다. 그리고 도시에 쥐들이 다시 등장하고 하늘이 푸른빛을 되찾는다. 그렇게 페스트는 물러간다. 연대의 투쟁 속에서 신부와 타루 등이 마지막 희생자가 된다.

카뮈의 '페스트'가 안겨주는 감동은 거대한 세계, 절망적 상황에 굴복하지 않는 의지와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연대하여 싸우는 사람들에 있다. 부조리한 세계에 맞서는 저항적 인간 군상을 이보다 더 뚜렷이 형상화한 작품이 있을까.

코로나 19가 불러온 사태 속에서 작품 속 영웅들 못지않게 치열하게 싸우는 영웅들이 있다. 피로를 이 악물고 견디며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인들, 생업을 젖혀 두고 병마의 현장으로 달려가는 사람들, 지역감정을 극복하고 병상을 기꺼이 내주는 사람들, 호주머니를 털어 성금을 내놓는 사람들, 기꺼이 자신의 마스크를 양보하는 사람들….

이 모든 사람이 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이 모든 사람이 현실의 영웅이다.

우리 정부의 노력, 우수한 방역체계, 빠른 진단과 치료뿐 아니라, 연대하여 병마와 싸우는 국민이 있기에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을 기대할 수 있다. 고마울 따름이다. 푸른 하늘과 따뜻한 햇살 아래 펼쳐질, 평온한 일상을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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