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렵게 구입한 마스크, 이번 기회에 일상위생에서 마스크를 적절히 활용하는 지혜를 생각해볼만 하다. 사진=연합뉴스

상당히 오래 터널을 지나고 있는 듯하다. 캄캄한 암흑을 통과하면 밝은 곳으로 나오기 마련인데 아쉽게도 아직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벌써 봄꽃 소식이 하루가 다르게 무르익어 가는데 우리 마음은 여전히 을씨년스러운 지난 1월, 2월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닐까.

뛰어난 시민의식으로 전염병 퇴치의 모범으로 자리 잡은 우리 사회의 성숙함에 힘입어 이제 터널은 끝날 것이다. 어느새 짙어진 봄기운을 만끽하며 다시 찾은 일상의 소중함, 몇 달이 몇 년 같았던 2020년 벽두의 기억을 교훈으로 간직하면서. 그리고 코로나19에 맞서면서 우리 사회의 관행으로 자리 잡은 몇 가지 수칙은 질병이 물러간 다음에도 경우에 따라 지속 할만하다. 그동안 소원하였던 마스크가 가장 긴요한 생필품으로 등장하였다. 앞으로 상시 착용은 불필요 하겠지만 개인위생 차원에서 이제 한 두 개쯤은 가정에 상비할만하다. 그리고 2020년 그토록 귀했던 마스크 구입의 어려움을 되새기며 위생관념에 경각심을 고취하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손 씻기 습관은 앞으로도 가장 필수적인 생활수칙으로 이번 기회에 자리 잡았으면 한다. 특히 화장실에는 수돗물 공급과 세면대를 점검하고 비누를 비치하여 수시로 손을 씻는 습관이 우리 사회에 정착되었으면 한다.

기침과 재채기를 할 때 손수건이나 옷소매로 가리는 예절 역시 국제매너 교본에 또렷하게 나와 있는 대목인데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경우여서 이번 기회에 강력한 국민예절로 정착시켜도 좋겠다. 우리의 경우와는 다르게 서양사회에서는 트림보다 재채기 매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를 이해할 만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삼가 했던 불필요한 신체접촉, 스킨십을 앞으로도 절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특히 젊은이들이 공공장소에서 행하는 과도한 신체접촉, 애정표현에 대한 근신이 그러하다. 둘만의 공간에서나 행할 행동을 공공장소나 타인의 이목이 쏠리는 곳에서 벌이는 행태를 이즈음 '거리두기'습관으로, 매너의 이름으로 묶어 놓았으면 한다. 이런저런 소박한 희망 속에 우리가 행복임을 크게 인식하지 못했던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의 회복을 지금처럼 간절하게 바랐던 적이 있었을까.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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