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도 충남도교육청 교육혁신과장

우리나라 사람들은 태어나서 몇 년 동안이나 학교에 다닐까? 다시 말해 국민들의 평균 교육년수는 얼마나 될까?

대한민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교육열로 유명한 만큼 평균 교육년수도 압도적일 거라는 짐작은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늘어난 교육년수 만큼 학부모와 학생들의 행복도 높아졌을까? 그에 따른 개혁도 이루어졌을까?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1970년에 35세인 사람을 기준으로 평균 7.2년 정도의 교육을 받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중반까지는 다녔다는 뜻이다.

그리고 1985년에 이르면 10년을 넘어서고, 2015년 통계에서는 14.5년으로 늘어난다. 즉, 2015년을 기준 35세 대한민국 국민은 남녀를 불문학고 평균적으로 초·중·고 12년은 물론이고 2.5년의 대학교육을 받았다는 통계다.

이 같은 교육기회의 양적인 확대는 우리나라를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성장과 사회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나라로 만들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그늘도 없지 않았다. 특히, 입시제도와 교육 불평등이 그랬다. 뜬금없지만 필자가 다시 교육개혁을 상기해 보는 이유도 그러하다.

물론 지금까지 들어서는 정부마다 교육개혁을 시도하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필자가 교육계에 몸담은 1980년대 중반이후로 살펴보아도 교육개혁심의위원회, 교육정책자문회의, 교육개혁위원회,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 교육혁신위원회 등이 있었으며 현재는 국가교육회의가 그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당시 교육계의 지형을 흔들었던 각종 교육개혁조치로는 전두환 정부의 7·30 교육개혁조치,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조치, 이명박 정부의 4·15 학교자율화조치 등이 있었다. 결론적으로 성격과 내용을 달리하지만 거의 모든 정부마다 교육개혁기구를 설치하였거나 교육개혁 조치를 추진했었다.

그렇다면 역대 정부들이 성격을 막론하고 교육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가지 정책을 추진해 왔음에도 국민들이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략 두 가지 정도가 생각난다.

그 첫 번째는 교육의 문제란 본래 혁명이나 혁신으로 한 방에 해결할 수도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일지라도 전통을 송두리째 무시하거나 현재 제도를 완전히 또는 근본적으로 뒤집는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입시 정책이다.

같은 맥락으로 두 번째 이유는 교육개혁의 방향이 일관되지 못하고 단기적이었으며, 내리매김 방식으로 추진된 것에 기인한다. 정부마다 별도로 기구를 설치하고 당장 효과를 보겠다는 강박관념에 정책을 주로 추진하다 보니 그랬을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교육철학이나 교육관에 입각한 정책을 수립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정권과 무관한 기구의 설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래야 정부의 입김이나 이념 논쟁에 휘둘리지 않고 사회적 요구에 조응하는 개혁이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국가교육위원회' 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정부가 당초 공약했고 지금은 잊혀져가고 있는 '국가교육위원회'를 다시 소환해 본다.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임기 절반이 지나가는 시점까지도 이해관계와 입장을 달리하는 정치 세력 사이의 갈등 속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다보스 포럼 이후 '4차 산업혁명'은 시대의 화두가 되었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의 키워드가 되었다. 결국 그에 필요한 인재와 역량을 길러내는 것도 교육의 몫으로 돌아왔다. 지금 '국가교육위원회' 논의를 시급히 완성해야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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