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순덕 충북적십자사 봉사원
“취약계층에 방역·생활물품 전달”
감염병 물품·식품 등 제작
응원해주는 3남매 고마워
“빨리 코로나19 종료되길”

[충청투데이 김희도 기자] "봉사원으로서 많은 도움을 못 드리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하루 빨리 코로나19 사태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습니다"

13년째 어려운 이웃과 삶을 동행하고 있는 김순덕(61·사진) 대한적십자사 충북지사 봉사원은 오늘도 적십자사를 찾았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충북적십자사, 한샘 봉사원 등 많은 봉사단체들이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 봉사원도 그들 중 하나다.

주 역할은 자가격리자와 취약계층에게 방역·생활물품을 제작해 전달하는 것이다. 손세정제와 마스크(KF94)로 구성된 '감염병 예방 물품 세트'와 즉석밥, 라면, 참치통조림, 생수 등 식품류와 코로나19 예방 리플릿으로 이뤄진 '비상식량세트'의 제작 소요량은 4만여개에 달한다.

사회전체를 흔들어 놓고 있는 '코로나19'로 사람들은 서로 모이는 것을 꺼리지만 김 봉사원은 방역·생필품을 구매하지 못한 취약계층 652세대에게 스스럼없이 찾아가 제작한 구호품을 전달하고 있다. 그는 "취약계층에는 직접 구호품을 전달하지만 자가격리자들에게는 감염 예방을 위해 담당 보건소로 전달하고 있다"며 "직접 자신의 손으로 전달하며 위로·격려 한마디 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김 봉사원을 포함한 적십자사 봉사원들에게는 급여, 차비 등 이에 상응하는 어떤 대가도 없다. 일손 부족으로 끼니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마스크, 손소독제 등 방역 물품 확보의 어려움도 마찬가지. 김 봉사원은 지난주 봉사 간 방역물품이 없는 독거노인 6분께 자신이 갖고 있던 손소독제와 마스크 2개씩을 나눠줘 자신이 쓸 물품이 부족한 적도 있다. "때마침 적십자사에서 봉사원들에게 마스크를 배부해준 덕분에 봉사활동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그는 말했다.

이처럼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김 봉사원은 지난 2006년 남편을 병마로 잃었다. 혼자 삼남매를 길러야 한다는 막막함에 우울증까지 실달리던 중 지인의 소개로 노인분들의 목욕 봉사를 시작하면서 충북적십자사와 첫 인연을 맺었다.

김 봉사원은 "생애 처음 봉사란 걸 하면서 자신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인 이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보람을 느꼈다"며 "지금까지 봉사를 지속해온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13년 동안 한결같은 봉사로 적십자사에 기록된 시간만 3326시간에 달한다. "사실상 봉사원 대부분이 시간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아 기록되지 않은 시간이 더 많다"고 충북적십자사 관계자는 전했다.

김 봉사원이 봉사활동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항상 옆에서 응원해주는 자식들 덕분이었다. 그는 "가정에 신경 쓰지 못하는 못난 엄마를 오히려 자랑스러워해주는 삼남매가 있어 힘이 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무 대가도 없는 봉사활동으로 서운할 수도 있는데 오히려 혹여나 코로나19에 감염될까 건강을 염려해주고 응원해줘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끝으로 김 봉사원은 "자신을 포함한 노란 조끼를 입은 봉사원 모두 코로나19 사태가 하루빨리 끝나 이웃가족들이 밝은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고 소망을 전했다.

김희도 기자 huido02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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