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호 동구청장

서기 676년 신라는 백제와 고구려 그리고 당나라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길었던 삼국시대를 끝내고 마침내 통일신라시대를 열었다.

한반도를 통일한 신라는 확장된 국토를 효율적으로 통치함과 동시에 지방의 균형있는 발전을 꾀하고자 남원경(현 남원), 금관경(현 김해), 북원경(현 원주), 중원경(현 충주), 서원경(현 청주) 총 다섯 곳의 소경(小京)을 설치했다.

신라가 5소경을 설치한 지 130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에는 5소경이 아닌 혁신도시가 존재하고 있다.

이처럼 균형발전은 시대를 막론하고 국가적 과제였다고 할 수 있다.

국회는 지난 6일 밤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163명 중 찬성 157명, 반대 1명, 기권 5명으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균특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참으로 가슴 벅찬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균특법 개정안의 골자는 ‘혁신도시는 수도권이 아닌 지역의 광역시, 도, 특별자치도 별로 지정한다’는 항목(제18조의2)의 신설이다.드디어 대전이 혁신도시로 지정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2005년 전국이 혁신도시 건설로 들떠있을 때 대전은 대전정부청사,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위치해 이미 많은 공공기관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세종시 건설을 이유로 혁신도시에서 배제됐다.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이 오히려 대전에 독이 된 셈이다.

대전은 세종시 건설로 아직까지 인구유출과 기업유출이 이뤄지고 있고, 대전의 청년들은 다른 지역 청년들과 달리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 제도를 누리지 못하게 돼 대전을 떠나게 됐다. 이에 대전을 혁신도시로 지정하고자 2019년 균특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같은 해 11월 상임위원회에 상정됐지만패스트트랙 정국을 만나 다음 해로 넘어가게 됐다.

설상가상으로 어렵게 열린 2월 임시국회가 코로나19로 멈추는 등 법 개정까지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균특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법이 제정된지 약 15년이 지난 지금 드디어 대전도 혁신도시 설치에 한 걸음 나아가게 됐다.

가장 큰 산을 넘은 지금, 앞으로 혁신도시를 어디에 설치해야 하는 지가 지역사회의 큰 화두가 될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은 바로 원도심을 간직한 동구이다.

대전은 1905년 경부선 개통과 함께 대전역이 생기면서 도시가 급속도로 팽창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동구는 대전의 모태도시이자 대전의 중심이 됐다.

그러나 1990년대 둔산신도시의 개발로 업무시설과 공공시설이 이전하면서 도시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그 여파로 대전의 동서격차 문제가 심화되기 시작했다.

수많은 대전시민들이 원도심 활성화와 동서격차 해소가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해결방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대전역을 비롯한 동구의 원도심 지역을 혁신도시로 지정해 개발한다면 동서격차 해결의 해답이 될 것이다.

대부분의 혁신도시는 도시외곽에 위치해 도시인프라 구축에 오랜 시간이 걸려 도시의 핵심인 사람이 모이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전역을 갖춘 교통의 중심지이자 각종 인프라 등 여건이 이미 마련돼 있는 동구가 적격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공공기관을 유치해 침체된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 넣고 대전역과 시너지를 발휘해 사람을 모은다면 그 어느 혁신도시보다 발전할 것이라 믿는다.

나아가 대전역세권 개발사업을 성공시키고 지난 10여년간 지지부진했던 소제구역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이끌어 단순히 동서격차를 해소하는 것을 넘어 대전의 전체적인 발전을 이끌어 낼 것이라 믿는다.

원도심에 50층 이상의 마천루가 들어서고 그곳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에는 대전지역 청년들이 출퇴근을 한다.

공가와 폐가로 이뤄진 대전의 첫 인상은 어느새 새 아파트가 들어서 누구나 살고 싶은 도시가 돼 있을 것이다.

대전의 균형발전이 곧 국가의 균형발전이다. 지난 100년 동구 발전의 원동력이 대전역이었다면 앞으로의 100년은 혁신도시가 될 것이라 필자는 생각한다.

혁신도시로 다시 동구가 대전의 중심으로 비상하는 날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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