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식 충북본사 부국장

게임이 시작되면 음악과 함께 두더지가 튀어 나온다. 망치로 힘껏 때리면 두더지는 쏙 들어간다. 어렸을 적 학교 앞 골목길에서 즐겨하던 두더지게임이다.

지금 청주시 공직문화는 두더지게임과 비슷하다. 튀어나오면 곧 망치가 날아온다. 앞에서 날아오면 그나마 다행이다. 뒤에서 비수가 스며들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공포심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역사회 확산이 더 는다면 사회시스템 전반이 멈출 수도 있다는 위기감까지 나오고 있다.

그나마 충북 지역 그리고 청주 지역은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는 하다. 그래도 일상이 흔들리고 있는 시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코로나19의 대처를 놓고 자치단체장들의 평가가 갈리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의 인기가 상향가다. 과감하고 발빠른 조치 덕분이다.

하지만 행정기관을 오랜기간 출입한 기자의 시각에서 과감하고 발빠른 조치는 반드시 부작용도 낳는다. 속도와 안정은 양립하기 어려운 과제다.

최근 청주시의 코로나19 대처에서 한범덕 시장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물론 청주시의 각 조직은 주어진 매뉴얼에 따라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무장한 시청 공무원들은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며 시민을 보호하고 있다. 덕분에 청주시의 확진자는 12일 현재 7일 연속 0명이다.

위기관리의 측면에서 리더십은 매우 중요하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시민을 보호하는 정책 결정을 리더가 한다.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시의 정책을 믿고 따라야만 가능하다.

행정의 측면에서 다소 과해 보이는 정치인 출신 단체장들의 행보는 위기관리 측면에서는 시민들에게 믿고 따를 수 있다는 신뢰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마냥 비판만 할 수는 없다.

현장에서의 쇼맨십 말고도 타 지자체와 차별화 된 정책을 내놓는다면 그 역시 시민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길이다.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나올 때 시민들의 시청이 우리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안타깝게 현재 한 시장은 두 가지 다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그 원인을 모두 한 시장에게서 찾을 수는 없다.

방대한 지식과 식견으로 무장한 한 시장이지만 그 역시 사람이다. 3800여 청주시 공직자 중 드라이브스루 검진체계와 같은 톡톡튀는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있을 것이다.

이런 아이디어를 막는게 현재 청주시 공직문화다. 어느 순간부터 청주시에서는 속 시원한 정책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지시는 이행하지만 책임감을 갖고 위험을 무릅쓰며 일하지 않는다. 튀면 망치가 날아오는데 당연한 결과다. 점차 연공서열이 중시되는 인사는 두더지게임식 조직문화를 더욱 굳히고 있다. 튀지 않고 기다리면 언젠가 순서가 돌아오는데 굳이 나설 이유가 없다.

모든게 한 시장의 책임은 아니지만 역시 가장 큰 책임은 한 시장에게 있다. 한 시장 혼자 조직문화를 바꿀 수는 없지만 조직문화를 바꿀 수 있는 물꼬를 터줄 수는 있다.

인재는 위기 상황에서 나오고 만들어진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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