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간 점검, 규모 비해 짧아
“정비기간 축소, 사고에 영향”
롯데케미칼 "단정 일러" 답변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지난 4일 발생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폭발사고와 관련, 롯데케미칼 측이 공장 대정비 기간을 축소하는 등 시설 점검에 소홀했다는 주장이 지속되고 있다.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와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는 롯데케미칼 측이 지난해 대정비 기간을 대폭 축소했고, 이는 폭발사고에도 일부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대정비(T/A)는 법적으로 매 5년 이내에 진행해야 하는 정기보수로, 공장 가동을 전면 중단한 뒤 진행되며 도내 석유화학공장에서는 3~4년 주기로 진행하고 있다.

서산시 등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2015년의 경우 10월 12일부터 11월 13일까지 33일간 대산공장 대정비를 계획했지만, 지난해는 10월 14일부터 11월 10일까지 28일간 실시해 5일이 줄었다.

이와 관련해 신현웅 민주노총 서산태안위원회 대표는 “과거 2~3년에 한 번씩 진행하던 대정비를 4년에 한 번으로 변경해 설비를 정비하게 되는 간격이 멀어졌다”며 “그렇다면 점검하는 기간이라도 길어져야 하지만 이윤을 위해 기간을 줄인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된 정비가 됐을 지 의문이며 100% 사고에 영향이 없었다고 보긴 어렵고 대정비의 법적인 기간도 정해지지 않아 제도적 문제도 있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정비 현장에서 작업을 진행했던 A 씨는 “당시 작업에 착수한 이후 계획이 축소됐고 사고가 난 NCC에 대한 작업이 일부만 이뤄지거나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사단의 특별점검에서 사고 현장을 살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지역 시민단체 등은 타 석유화학공장과 비교해 공장 규모에 비해 롯데케미칼의 대정비 기간이 짧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대산산단 내 석유화학공장에서 지난해 이뤄진 대정비 기간을 살펴보면 LG화학은 36일, 한화토탈 42일, 현대케미칼은 36일, 현대오일뱅크는 32일 동안 대정비를 추진했고 LG화학과 한화토탈(당시 삼성토탈)은 2015년에도 각각 36일, 41일간 진행했다.

사고 이후 인근 지역민 등으로 구성된 롯데케미칼대책위의 한 관계자는 “각각의 공장 규모를 고려하면 롯데케미칼의 대정비 기간이 더 짧은 점에 대해선 쉽게 납득할 수 없다”며 “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해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대정비 기간을 축소한 것은 아니다. 정비 전에 사전작업을 하는 기간도 있다”며 “공정마다 기간도 다른데 트러블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문제가 없다면 빠르게 진행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폭발사고와 관련해선 “아직 조사를 진행 중이고 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대정비 과정이) 사고에 영향을 끼쳤다고 미리 선견을 가지고 말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4일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납사(나프타) 분해공정 1동(NCC)에서 발생한 폭발·화재사고로 인적·부동산 피해 1900건 이상이 접수됐으며 10일에는 환경부와 서산시, 대전고용노동청, 롯데케미칼 노사,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민관합동조사단이 꾸려졌다.

조사단은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관계기관의 사고처리 과정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며 이와 별개로 대전고용노동청은 특별근로감독에 들어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을 살필 예정이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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