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종 청주의료원 재활의학과장

코로나19(COVID-19)로 전 국민이 고통 받는 요즘이다. 먼저 이 감염병을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서 개인이 하여야 할 일, 가장 중요한 것이 손을 자주 그리고 정확히 씻는 것이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실천하시기를 부탁드린다. 그리고 기침 예절,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지 않기 등을 꼭 지켜 주시기 바란다. 이런 국가적 재난이 닥칠 때마다 선행을 베푸는 이들이 영웅처럼 등장하는가 하면,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불청객도 언제나 있어 왔다.

우리의 건강에도 불청객이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바로 추운 날씨다. 이상하게도 겨울철에 발생하는 질환들이 매우 많다. 인플루엔자 독감, 폐렴뿐만 아니라 근육 및 관절통, 심뇌혈관 질환도 겨울철 발생률이 높다. 이는 실내외의 큰 온도차에 따른 신체의 항상성 유지 기능이 무너진 탓도 있겠지만, 춥다고 방안에만 웅크리고 있으면서 활동과 운동을 게을리 하는 이유도 분명 있다고 생각한다.

재활의학과 외래 진료실을 찾는 '손 저림' 환자들도 유독 겨울에 많다. 그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겨울철만 되면 혈액순환이 안 되는지 손이 시리고 저리다'는 것이다. 이러한 '손 저림'에는 관절염, 신경통, 혈관통, 외상 및 동상 후유증 등 많은 이유들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혈액순환 문제라고 생각하고 계신다. 증상은 비슷하지만 원인은 다양하고, 또 원인에 따른 치료도 달라지기 때문에, 이러한 원인을 감별하여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겨울철에 필자가 주로 하는 일이다.

대개의 원인은 환자가 이미 알고 있는 경우도 많지만, 신경통과 혈관통은 병력청취나 신체검사만으로는 감별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때 전기진단검사가 유용하다. 일명, 근전도 검사라 불리기도 하는데 X선 검사나 CT처럼 대중화된 검사가 아니라서 거의 모든 환자들은 이 검사가 어떤 검사인지 모르신다.

전기진단검사는 신경과에서 근육의 이상을 확인하는 검사로, 신경에 전기 자극을 가하고 근육을 전기침으로 찔러 반응을 보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검사들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약간의 고통도 수반된다. 환자의 협조가 필수적이라 할 수 있으며, 검사자 또한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검사다.

이런 이유로 이 검사가 그다지 쉬운 것은 아니지만, 신경과에서 근육의 이상을 확인하는 가장 정확한 검사임에는 틀림없다.

전기진단검사로 신경통과 혈관통을 감별하고 보면, 대개는 신경통인 경우가 많다. 신경통은 신경이상이 원인이 되어 나타나는 통증이다. 즉,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겨울철 '손 저림'의 원인은 혈액순환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마치 피가 잘 안 통해서 손이 시리고 저린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신경병증인 경우가 많다.

주변 온도가 낮을 때 전기진단검사에서 잠시 동안 신경전달속도가 감소하는 것을 보면, 신경은 주변 온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평소 큰 자각 증상이 없다가도, 겨울철에 더욱 신경통을 호소하게 되는 것이다.

혹자는 겨울철 손 저림의 원인은 추워서 그런 것이 아니라, 김장철이라 일을 많이 해서 아픈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물론 웃으라고 한 말이겠지만,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수근관 증후군(손목 터널 증후군)은 신경병의 일종이면서도 손과 손목을 많이 쓰는 사람에게 주로 발생하는 질환이면서, 겨울철 '손 저림' 의 주 원인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유야 어찌됐건 '손 저림' 증상이 잠도 못 잘 정도로 심하다면, 우선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 보는 것을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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