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식 한국농어촌공사 충남지역본부장

심화되는 도·농간 소득격차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통계청에서 실시한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농가소득 4207만원으로 도시근로자 가구소득 6484만원의 3분의 2 수준(64.9%)에 그쳤다. 농가소득이 2013년 3452만원에서 2018년 4207만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는 있지만 도시와의 소득격차를 줄이고 농가경제 안정화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농업은 자연재해, 농산물 가격 등의 위험요소를 안고 있는 산업이며, 생산성 향상을 위한 투자 등 부채 부담도 많다. 부채를 지게 된 농가는 이를 막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또 다른 부채를 만들고, 이것이 반복돼 농가 경영의 악순환을 가져오기 쉽다. 농어촌공사 농지은행은 농가 경영의 악순환을 막고 안정적인 농가경제를 위해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은 자연재해, 부채 등으로 경영위기 농가의 농지 등을 농지은행에서 매입하고 부채를 상환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매입액의 1% 이내 임대료로 지원농가에 최장 10년간 장기임대를 제공해 농업 경영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 임대기간 내 지원받은 농가에게 농지 혹은 시설물에 대한 환매권을 보장해 기간 내 언제든 환매 신청이 가능하다.

사업이 시작된 2006년도부터 2019년까지 전국 1만 1163농가가 3조 605억원을 지원받아 혜택을 받고 있다. 충남에서는 1260농가가 3982억원을 지원받았다. 특히 농어촌공사 충남본부는 올해 연말까지 사업비 430억원을 어려운 농가에게 지원할 계획이다. 이자부담을 줄여 실질 소득 증가의 효과도 가져오기 때문에 지원농가들의 호응도가 높다. 실제로 지난해 농어촌공사가 조사한 농지은행사업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응답자의 87.4%가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에 참여한 것을 '매우만족' 한다고 답했다. 나아가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은 부채를 진 농가에게 단순히 현금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농가 경영위기를 해결하는 사업이다. 농가의 이자 부담을 덜고 실질 소득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농업인 스스로가 경영위기를 해결했다는 성취감과 경험을 가지고 또 다른 위기에도 대비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먼저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을 통해 지원농가는 현실적으로 자산과 부채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또 10년 이후 '매도 농지 환매'라는 목표아래 철저한 농가 경영계획을 세워 보다 적극적으로 경영에 임할 수 있다. 이를 돕기 위해 농어촌공사는 사업지원자들에게 재무컨설팅, 영농기술 전수 등 기존의 경영실패를 딛고 일어날 수 있도록 농가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또 지원농가가 더 쉽게 환매를 할 수 있도록 환매대금을 3년간 나눠 상환하는 분할상환, 지원액의 50% 이상일 경우 일부만 환매할 수 있는 부분환매, 예치금 형태로 환매대금을 준비하는 수시납부 등 제도도 보완했다. 현재까지 충남에서만 290호의 지원농가가 환매를 완료한 바 있다. 10년 전 부채와 심각한 경영난으로 고통 받던 농가들이 채무의 악순환을 끊고 재기를 이룬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2020년이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의 해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비성 부채는 빠르게 해소하고 투자 목적의 부채 부담도 줄이는 경영회생지원 농지매입사업을 통해 생산성 향상과 농가소득 증대로 연결시킨다면 이는 더 빨리 현실화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농가경영 노하우를 습득해 위기해결에 자신감을 가진 농가들이 늘어나고, 그들이 마음 편히 농사를 짓는 날이 오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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