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현 호서대학교 법경찰행정학부 특임교수

10여년 전 가을, 연기군 한 도로에서 차 안에 연탄을 피워놓고 20대 남녀 세 사람이 자살을 시도했다. 여자 한 사람은 차 안에서 죽고 나머지 남자 두 사람은 살아났지만 몇 시간 지난 뒤 조치원 자취방에서 목을 매 동반자살 했다. 이들은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사이로 조치원 소재 대학에 다니던 20대 초반의 남학생과 서울 노량진에서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20대 후반의 남자, 나머지 한 명은 20대 후반의 직장여성이었다. 경찰조사 결과 그들은 모두 부모가 생존해 있었고 부자는 아니지만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유서에서 자신들의 장래문제를 가장 걱정했고 세상 살아갈 일이 두렵다, 특히 경제적인 문제가 제일 두렵다고 했다.

지나간 과거나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세상이 두려워지고, 이를 견디지 못해 젊은 나이에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이들에게 너무나도 안타까운 마음이다.

불교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란 말이 있다. 모든 것은 마음이 만들어낸다, 마음에 달렸다는 말이다.

동일한 상황에 처해도 내가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따라 자신감 넘치게 그 상황을 바라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행복하고 자신감 넘치는 인생을 살 수도 있고 그러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걷는 인생은 꽃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가시밭길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마음관리를 잘해야 한다. 마음공부는 평생의 공부다.

좀 힘들더라도 항상 기쁘고 즐겁게 생활하는 연습이 중요하다.

불교에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사바세계'라고 일컫는데, 사바란 인내라는 뜻으로 이 세상은 인내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란 뜻이다.

살다보면 짜증스러울 때가 적지 않지만 우리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지능이 있고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짐승은 외부환경에 곧바로 반응하지만 인간은 이성과 생각과 지혜와 명철이라는 체로 걸러낼 수 있다. 비록 외부환경이 우리에게 우호적이지 않더라도 우리는 늘 기쁘고 즐겁게 살도록 마음관리를 잘해야 한다. 기쁘고 즐거운 것도 연습을 통해서 얼마든지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경은 '항상 기뻐하라'고 말한다. 또 공자는 중용을 이야기하면서 '내가 왕으로 태어나면 왕으로 즐길 것이요, 거지로 태어나면 거지로 즐길 것이요, 오랑캐 땅에서 태어나면 오랑캐로서 즐겁게 살 것이다'라고 말한다. 8세기 중국의 임제선사도 '언제 어디서나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그러면 서 있는 자리마다 향기로운 꽃이 피어나리라' 라고 이야기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렇듯 이구동성으로 항상 기쁘고 즐겁게 살라고 우리에게 가르친다.

중국 송나라 때 소강절이란 학자는 청야음(淸夜吟)이란 시에서 깊은 저녁에 새벽을 달리는 달에서, 그리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물 위를 스쳐가는 바람에서 기쁨과 행복을 느끼고, 이를 '일반청의미(一般淸意味)'라 했다. '일반적인, 즉 아주 작고 평범하지만 그러나 그 속에서 찾는 맑고 의미있는 것들'이라는 뜻으로 소강절은 일반적이고 작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과 기쁨을 느낀다.

군인이 추운 겨울밤 보초를 서면서 내 근무시간이 빨리 지나기만을 바라는 마음보다는 하늘 높이 떠있는 밝은 달을 바라보거나 소복소복 내리는 함박눈을 보면서 행복과 기쁨을 느낄 줄 아는 것이 '일반청의미'이다.

우리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 한 톨씩이라도 매일매일 행복과 기쁨을 찾아내는 현명한 사람들이 되어야 한다. 인간으로 태어남에 감사하고, 주변에 동고동락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음에 감사하고 삶 곳곳에 숨어있는 소소한 행복과 감사함을 부지런히 캐내면서 하루하루 기쁘고 즐겁게 사는 우리들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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