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철민 옥천소방서 소방장
“대구 지원 … 복귀하면 가족위해 최선”
지난 3일 스스로 지원나서
확진자 이송하는 임무맡아
대구시민에 도움됐으면 해

[충청투데이 심형식 기자] “이제 익숙해져서 어려운 것은 없습니다. 그저 가족이 보고 싶을뿐이죠. 복귀하면 일과 육아에 고생한 집사람을 위해 열심히 봉사해야죠.”

김철민(41·사진) 옥천소방서 소방장은 지난 3일 대구광역시로 내려갔다. 전국 시·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한 대구를 지원하기 위해 많은 소방관이 투입됐다. 충북 11개 소방서 중 9개 소방서에서 각각 2명씩 18명이 대구로 향했다. 스스로 자원한 김 소방장도 그 중 하나다.

김 소방장의 임무는 확진자를 이송하는 일이다. 확진자를 구급차에 태워 대구스타디움이나 경북대 기숙사로 안전하게 이동시켜야 한다. 대구스타디움은 확진자를 타 지역으로 보내는 버스가 출발하는 거점이고 경북대 기숙사는 생활치료센터다.

김 소방장을 비롯한 소방관들은 1일 근무, 1일 휴무 패턴을 이어가고 있다. 근무일에는 통상 오전 8시 30분에 두류정수장으로 집결한다. 끝나는 시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당일 이송해야 할 확진자에 따라 달라진다. 확진자가 최대치로 나올때는 하루 850여명을 이송했다. 최근 조금 줄었지만 500~600여명이 이송된다. 이송이 끝나는 시간은 오후 5시 경이지만 이송이 끝났다고 업무가 끝나는 건 아니다. 구급차량에 대한 소독과 차량점검까지 마쳐야 한다.

대구 지역 의료현장에서 방역물품 부족과 부실 식사가 논란이 됐지만 다행히 소방관들에 대한 지원은 부족하지 않다. 혹시 모를 감염 예방을 위해 숙소는 1인 1실을 쓰고 있고 식사는 도시락 또는 밥차로 해결하고 있다. 대구로 떠날 때 방진복을 챙겨왔고, 부족하지 않게 추가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확진자를 이송하는 업무는 단순하다. 하지만 현장에는 언제나 수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확진자가 갑자기 이송을 거부하기도 하고, 이송해야 할 확진자가 1명인줄 알았는데 막상 도착하니 모녀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변수가 발생하면 본부의 지시를 기다려야 한다. 현장에서 당장 도움을 줄 수 없다는게 안타깝지만 본부와 원활한 소통이 되지 않으면 시스템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김 소방장은 옥천소방서에서 구급대원으로 근무 중이다. 구급차 요청자가 불러 준 주소와 현장이 맞지 않아 늦게 도착하면 때때로 욕설이 날아온다. 지리에 익숙치 않은 대구에서도 확진자의 집에 정확하게 도착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한 50대 남성이 그럼에도 친절하게 집을 알려준 후 “고생이 많다. 도와줘서 고맙다”며 되려 위로해 주던 모습이 김 소방장에게 보람으로 기억되고 있다.

대구에 파견된 소방관들은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원할 경우 지역 내 다른 소방관으로 교체된다. 교체 인원도 준비돼 있다. 하지만 김 소방장은 자원 근무를 연기했다. 새로운 소방관이 대구로 와 시스템과 지리에 적응하느니 이미 적응이 끝난 김 소방관이 근무하는게 더욱 효율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업무도 익숙해졌고 지원도 부족하지 않지만 참을 수 없는 어려움은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다. 김 소방장의 부인은 일을 하며 홀로 세 아이의 육아를 떠맡았다. 김 소방장이 대구 파견을 자원한다고 말했을 때 부인은 별 말없이 “건강히 잘 다녀오라”고 했다고 한다.

김 소방장은 “대구는 큰 도시인데 사람들이 돌아다니지 않고 모여 있는 곳은 마스크를 구매하는 곳 뿐이라 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며 “파견을 나와 불편하긴 하지만 대구 시민들의 고통에 비해서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국에서 모인 소방관들의 노력이 대구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그리고 “복귀하면 혼자 고생한 아내를 위해 더 도울 것”이라며 “아내와 아이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꼭 인터뷰에 넣어달라”고 덧붙였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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