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더러워지면 엄마한테 혼나?”

초등학교 3학년 때, 방과 후 미술수업을 함께 다녔던 휠체어를 탄 친구가 했던 질문이 문득 생각났다.

두꺼비집을 만든다고 땅따먹기를 한다고 미끄럼틀에서 잡기 놀이를 한다고 지저분해진 옷을 보고 “엄마한테 혼나겠다”고 한 말에 되물은 말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 친구의 옷이 더러워지는 걸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있었으니 운동장에 있는 그네, 정글짐, 구름다리 등 놀이시설을 이용할 수 없던 건 당연한 상황이긴 했다.

다만 친구의 말에서 ‘함께 놀고 싶은 욕구’를 전달받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끝끝내 필자의 기억 속엔 친구와 함께 야외에서 놀았던 추억은 없는 상태다.

무장애 통합 놀이터.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도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로 누워서 탈 수 있는 그네, 휠체어가 탈 수 있는 그네, 휠체어가 탈 수 있는 미끄럼틀 등 일상에서 보기 힘든 시설들이 있는 놀이터다.

몸이 불편한 장애 아동들은 이곳에서 비로소 그네를 타고 시소를 타볼 수 있다.

현재 대전에 공식적으로 무장애 통합 놀이터는 없다.

유성구 학하동에 있는 호산어린이공원에 장애인이 탈 수 있는 놀이시설들이 있지만 실제로 방문한 그곳은 위치도, 분위기도 쓸쓸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공간이었다.

아파트, 주택가 등 주거밀집지역과는 멀찍이 떨어져 있었고 놀이터 주변은 커다란 대형 화물차들이 줄지어 늘어선 도로에 둘러싸여 있었다.

커다란 화물차들이 곳곳에 세워지고 해가 진 호산 어린이공원에 가로등까지 꺼지면 그곳은 흡사 우범지대와 다르지 않았다.

대전시는 지난해 어린이들이 직접 설계할 수 있는 새로운 어린이공원(이하 새로운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했고, 새로운공원 내 무장애 통합놀이터 조성을 계획한 바 있다.

지역 내 장애아동들이 비장애인 친구와 함께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기 위해서다.

현재 동.서.유성구에 새로운공원 설계용역을 진행 중인 상태지만 이들 공원 모두에는 무장애 통합 놀이터 조성 계획은 없는 상태다.

이에 시와 자치구들은 추후 논의를 통해 조성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해가 거듭돼도 조성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무장애 통합 놀이터에 장애 아동들의 애만 타들어 가고 있다.

희망적인 점은 시와 구의 답변처럼 아직 계획 단계라는 점이다. 때문에 수정 가능성이 높고, 우리가 사는 생활권 주변에 장애아동을 위한 놀이터가 조성될 가능성 또한 높은 상태다.

지역 내 장애 아동들의 놀 권리가 박탈당하고 있다.

집 근처에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공원이 조성되길,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장애 여부를 떠나 함께 놀며 추억을 쌓을 수 있길 바라본다.

전민영 기자·정치사회팀 myje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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