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정미 백석대학교 학사부총장. 백석대학교 제공
▲ 정정미 백석대학교 학사부총장. 백석대학교 제공

정정미 백석대학교 학사부총장

딸아이가 대학과 대학원 과정을 모두 샌프란시스코 부근에서 한 덕에 그 지역을 방문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대표 이미지는 당연히 금문교, 즉 골든게이트 브리지(Golden Gate Bridge)일 것이다. 골든게이트 해협을 가로질러 샌프란시스코와 북쪽 맞은편의 마린 카운티를 연결하는 이 다리는 그 당당한 미관과 아름다운 주황색 색감으로 1937년 탄생부터 지금까지 80년 넘도록 전 세계 많은 이들의 사랑과 찬사를 받아왔다.

골든게이트 해협에 다리가 필요하다는 점은 일찍부터 모두 공감했어도 강한 조류와 바람, 안개에 복잡한 지형까지 겹쳐 다리 건설은 매번 지연됐고 페리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조셉 B. 스트라우스가 등장했다. 그는 다리 건설을 우려하고 반대하는 이들을 수차례 만나 설득했고 마침내 착공 4년 만에 다리를 완성시켰다. 1937년이었다. 다리 총길이는 2737m, 걸어서 건널 경우 40~50분 정도 걸린다. 폭은 27.4m, 6차선 도로이다. 이 정도의 다리를 지탱하려면 엄청난 힘이 필요하겠다는 것은 일반인도 예측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 1280m 거리에 227m 높이의 탑 두 개를 설치한 후 케이블을 달아서 다리를 들도록 하였는데 이렇게 케이블로 연결해서 다리를 붙들어 매는 형식을 현수교(달아 드리운 다리라는 뜻)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남해대교가 대표적인 현수교가 되겠다.

그러면 도대체 어느 정도 강도의 케이블이면 이렇게 거대한 다리를 들고 있을 수 있을까? 금문교에 사용된 케이블 단면이 다리 입구에 전시돼 있다. 지름 93㎝의 철선인데 이 케이블은 한 통으로 된 쇠붙이가 아니다. 머리카락보다 약간 굵은 1번 철사 2만 7572개가 함께 꼬여 만들어진 선이다. 놀랍게도 6차선 너비에 길이 3㎞나 되는 육중한 다리를 붙드는 힘은 이 가느다란 1번 철사의 ‘함께 함’에 있었다. 한 가닥 한 가닥은 맨손으로 접었다 폈다만 반복해도 끊을 수 있을 만큼 약하지만, 이런 철사라도 2만 7572개가 꼬여서 함께 붙으니 그 엄청난 하중의 다리도 붙잡고 있을 만한 힘을 갖게 된 것이다. 시너지 효과를 설명할 때 1+1은 2가 아니라 거기에 알파가 더해진다고들 말한다. 이 알파가 바로 ‘함께 함’의 힘이다. 가로수 나무는 아무리 커도 태풍이 불면 뿌리까지 뽑히지만 숲 속의 나무는 자잘해도 뿌리가 서로 엉켜있어서 웬만하면 뿌리가 뽑히지 않는다. 그래서 가족이, 동료가, 친구가 소중한 것이다. 꼬여서 함께 붙어있는 게 불편하고, 벅차고 숨 조이는 듯싶지만 그들과 함께 붙어있기에 지금 내가 인생을 살아내고 있다.

요즘 지속되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인해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고립시키면서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 외롭다, 살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면 골든게이트 브리지의 케이블이 주는 교훈을 되새겨 보자. 자신이 모를 뿐 그 누구도 결코 혼자가 아님을… 이미 다른 이들과 꼬여서 그렇게 함께 살고 있음을… 그리고 가냘픈 철사들도 모이니까 힘이 발휘되듯이 나도 내 옆 사람도 다 연약하지만 모이고 함께하면 상상을 초월한 힘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함께 함’을 가능하게 하는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보낸다. 이들과 함께라면 그 어떤 위기라도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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