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순 청주 운천신봉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
“봉사는 삶의 일부 … 주민 안전이 보람”
코로나19 이후 방역 활동
단 하루도 빠짐없이 참여
고맙다는 한 마디에 뿌듯

[충청투데이 심형식 기자] 박기순(60·사진) 청주시 흥덕구 운천신봉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은 1991년부터 새마을지도자 활동을 했다. 청춘과 함께해 온 새마을 활동이 벌써 29년째다. 새마을지도자의 주요 업무는 동네 구석구석을 아우르는 방역이다. 그리고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 이후 방역은 그의 일상이 됐다.

새마을지도자 활동은 봉사다. 당연히 박 회장도 직업이 있다. 1985년 새청주새마을금고의 전신인 운신새마을금고에 입사해 2008년 전무로 퇴사했다. 이후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열었다.

생업과 봉사의 갈림길에서 박 회장의 선택은 봉사였다. 코로나19가 확산된 후 16명의 운천신봉동 새마을지도자 중 박 회장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방역에 참여하고 있다. 평소 일상적인 방역은 3~4인이 1개조를 구성해 이뤄졌지만, 최근 코로나19 대비 방역은 매일 진행되고 주민들의 다양한 요구가 있기 때문에 상황에 맞춰 가용 가능한 인원이 모두 참석한다. 박 회장은 “회장이 솔선수범하지 않으면 어떤 회원이 매일 봉사에 참여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매일 이뤄지는 방역은 오전 10시에서 12시까지 진행된다. 방역을 위한 준비도 필요하니 오전 시간은 온전히 감염병과의 싸움에 소비된다. 방역은 공공기관, 금융기관, 노인요양원, 버스정류장 등 다중집합장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주민들이 요청하면 요청한 장소에도 소독을 해주고 있다.

박 회장은 코로나19 대비 방역을 하며 주민들이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실감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일상 방역을 할 때는 소독약이 차에 묻거나,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를 소독했다고 동에 민원이 들어오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수고한다’는 말도 하고 자기네 건물도 해달라는 요청도 합니다. 대가를 받지 않는 봉사활동이지만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그 어느 보상보다 뿌듯합니다.”

워낙 오랜 기간 방역봉사를 했기에 주민들이 박 회장에게 직접 제보를 하기도 한다. 지난 7일에는 한 아파트에 신천지 신도가 거주한다며 방역을 요청하는 주민들이 있어 주말이었지만 즉시 방역을 나갔다. 주민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 아파트승강기, 계단, 출입구는 물론 인근 도로까지 꼼꼼한 방역이 이뤄졌다. 때를 가리지 않은 박 회장의 노고에 아파트 주민들도 같이 호스를 잡아주며 도왔다.

생업보다 봉사가 우선하는 박 회장의 삶에 한 살 터울의 부인은 당연히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 포기했다고 한다. 박 회장은 “봉사에 미쳤냐고 그만 좀 하라고 말렸지만 이제 내 삶의 일부가 됐다는 걸 알고 포기했다”며 “내 시간과 노력을 통해 주민들이 안전하다는 것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봉사는 생색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는 자신만의 정의를 전했다.

심형식 기자 letsg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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