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균 前 대전전민초 교장

“제가 발표해 보겠습니다.”

선생님의 질문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벌떡벌떡 일어나는 어린이들, 서로 먼저 발표 기회를 잡으려고 경쟁하는 교실, 활기가 넘치는 교실, 토론과 탐색으로 열기가 후끈한 교실, ‘벌떡정신’이 살아있는 교실 현장입니다.

물론 이것만이 정답이라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어느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뚜벅뚜벅 걸어간 학교에서 ‘벌떡’으로 채워진 삶이 어린이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요?

“우리 아이가요, 글쎄 이런 말을 하네요” “엄마는 기다리래요” “저 혼자 할 수 있대요” “정 힘들면 도와 달라고 할 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려 달래요”

3학년을 마치고 이제 막 4학년에 올라가는 자녀의 말과 행동을 지켜보며 ‘아, 이렇게도 변할 수 있는거구나’ 믿을 수 없는 자녀의 변화되는 모습에 밀려오는 감동을 주체할 수 없어 교장실로 달려왔다는 학부모님, 어느 날, 벌떡발표, 그 열쇠가 바로 ‘짝토론’이 기적의 지도법임을 깨달았다며 감격스럽게 달려온 선생님, 방송조회 때마다 ‘스스로의 정신’을 다짐한다는 어린이들의 손편지 사연, 이젠 모두가 아련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여러분,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날리어 드넓은 세상에 뿌리를 내리듯, 벌떡홀씨가 세상을 향해 날아가네요” 그렇습니다.

언제부턴가 ‘벌떡’이야기도 세상 이 곳 저 곳에서 들려오기 시작합니다.

“벌떡발표? 아하~ 벌떡수업” “‘벌떡배구’도 있었어” “아 맞다 맞다” “‘벌떡엄마’도 있었잖아” 와, 선생님들 사이에서 연일 뜨거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잠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습니다.

‘벌떡’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무엇이 더 중요할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벌떡’은 보이지 않는 정신이 중요합니다.

스킬이나 노하우, 수업기술, 테크닉보다 훨씬 중요한 것이 내면의 ‘벌떡정신’입니다. 지난 2월의 끝자락, 40년 교직인생을 정리하는 퇴임식 자리에서 스스로 마음속에 다졌던 생각 하나가 있습니다.

‘코로나19’로 힘든 상황, 미션의 깨달음으로 연결되었습니다. 송별 자리에서 제대로 된 퇴임식을 마련해주지 못하는 아쉬움과 이별의 슬픔으로 선생님들의 눈가에 맺힌 이슬을 바라보며 말씀드렸습니다.

“여러분, 죽기 전에 보아야 할 100선 아닌, 죽기 전에 꼭 보아야 할 ‘벌떡 대한민국’ 그 미션이 남아있군요, 완성되는 날 ‘퇴임식’합시다”

“벌떡 퇴임식요” “그러나 제 인생에 퇴임은 없습니다. 미션이 완성되지 않는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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