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인 ‘제법 안온한 날들’

▲ 제법 안온한 날들. 문학동네 제공

[충청투데이 송해창 기자] 응급의학과 의사 남궁인이 문학동네에서 ‘제법 안온한 날들’을 펴냈다.

이번 책은 전작 ‘만약은 없다’, ‘지독한 하루’ 등과 결을 달리한다. 이전 산문집은 응급실을 생생하게 표현해 냈다.

‘제법 안온한 날들’은 보다 일상에 가까운 시선으로 삶을 말한다. 그러고는 ‘모든 것은 결국 사랑이었다’고 말한다.

의사가 왜 사랑 이야기를 들고 왔을까?

작가는 “우리가 눈 감는 마지막 순간에 가장 후회할 일은 뭘까. 갖지 못한 돈? 누리지 못한 권력? 아니다. 끝내 못다 한 사랑, 소중한 사람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들이 후회로 남을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그가 일터에서 목격한 사랑은 때로 강철 같은 의사들의 눈시울을 붉힐 만큼 감동적이다. 평생을 해로한 할아버지가 마지막으로 아내의 손을 꼭 잡고 하는 고백, 가족보다 더 끈끈하게 지내던 환경미화원이 동료의 죽음 앞에서 오열하는 대목, 화재 현장에서 아이를 지키기 위해 맨몸으로 버틴 아버지의 이야기 등은 일상에 파묻혀 살아가는 동안 잊고 있던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책은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의사 자신의 이야기도 있다. ‘의사도 병원에 가는 게 두려울까?’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질문이다. 작가는 의사도 병원에 가는 게 두렵다고 말한다. 어쩌면 아무것도 모르고 병원을 찾는 환자들보다 더 두려울 수 있다고 토로한다. 그는 무릎을 크게 다치고 끙끙거리며 수술을 하게 될까 걱정하기도 한다.

어렸을 적 유난히 아프던 발가락 마취의 기억을 떠올리며 발가락 마취 주사를 맞으러 온 환자에게 “이거 진짜 완전히 너무 아픈 겁니다. 아휴, 꼭 잘 참아주세요. 이거 정말 진짜 아파요”라고 거창한 예비 선언을 하기도 한다.

응급실 의사가 마주한 평범한 우리의 특별한 이야기. 당신을 웃고 울게 할 것이라 확신한다. 송해창 기자 songh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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