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 '사람사전'

▲ 사람사전. 허밍버드 제공

책은 반가우면서도 불편한 존재다.

가까이하려 마음먹지만 이내 곧 멀어지게 된다.

‘독서’는 나와의 다짐이자 마음의 짐으로 남는다.

매번 독서를 실패한다면 보다 천천히 다가가는 것은 어떨까.

일주일에 한 권도 좋다.

한 달에 한 권도 좋다.

우선 첫 장을 넘겨보자.

부담없이 가볍게 다가갈 수 있는 책.

마음의 짐을 덜어줄 책을 소개한다.

정철 작가가 허밍버드에서 ‘사람사전’을 출간했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전이 있다. 대부분 정답을 주기 위해 편찬된 사전이다. 그러나 ‘사람사전’에는 정답이 없다. 대신 읽는 이와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길 바라는 ‘마음’이 있다. 언제나 사람을 먼저 얘기해 온 정철 작가다.

사람 사는 세상, 우리네 인생을 일상 단어 1234개에 비췄다. ‘엄마’, ‘커피’, ‘눈물’, ‘귀찮다’, ‘가만히’ 등 우리 주위를 서성이는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에 ‘사람’이라는 잣대를 들이댔다. 치열하게 관찰하고 곱씹었다.

그래서일까. 단어 하나하나에 사랑, 희망, 위로, 믿음, 겸손, 배려 등과 같은 사람의 성분이 녹아 있다.

긴 시간 펜 끝에 사람을 담고자 노력했던 그의 곧은 마음 때문일까. 작가의 시선이 담긴 단어를 따라가다 보면 이내 ‘잘 살고 싶다’는 마음이 스멀스멀 번진다.

나답게, 사람답게 사는 것이 우선이라고 믿는 그의 글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살아가는 삶의 태도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1234개의 단어가 순서대로 수록돼 있지만 소설처럼 정주행 할 필요는 없다.

오늘 하루 나를 힘들게 했던 단어나 기쁨을 준 단어를 찾아 읽는 것도 좋은 활용법이다.

찾는 단어가 없다면? 그 또한 좋은 찬스다. 찾는 단어에 나만의 새로운 해석을 달아보자. 그렇게 차근차근 모두가 자기만의 사전을 써내려가는 것. 그것이 이 책이 탄생한 진짜 이유다.

해창 기자 songh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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