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차된 구급차들. 사진=연합뉴스

1990년대에 다가오는 새 밀레니엄을 내다본 예측서적이 숱하게 출간되었다. 그 중에는 오랜 탐구와 성찰로 내공을 쌓은 전문가들의 무게 있는 저서도 있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활용과 영역 확장이 제한적이었던 빅 데이터를 활용한 사례분석은 흥미로웠다.

새 밀레니엄도 어느 새 20년이 지났다.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던 21세기 예측서적에서 내다본 전망이 어느 정도 현실화되었을까. 프랑스의 저명한 인문, 사회과학자이며 현실정치에도 깊숙이 참여했던 자크 아탈리(1943∼)는 1998년 펴낸 '21세기 사전'에서 21세기에 인류가 당면할 개념을 400여개 표제어로 연역한다. 유려하고 치밀한 문체가 돋보이는 이 책의 서문만 읽어도 20세기를 보내고 21세기를 맞이하는 인류가 감당해야 할 현실과 미래의 좌표가 드러나는 듯하다. "아무 것도 확실하지 않다. 20세기는 악마의 세기였고 20세기가 물려준 세상은 말 그대로 도저히 살 수 없는 지경의 세계다. 폐허의 도시에서 살아야 하는 빈곤층은 그 비참함에 질식하고 모든 것이 넘쳐나는 부유층은 욕망의 노예가 되어 호화로움에 숨이 막힌다."('21세기 사전', 중앙 M&B 발행)

격정적이기까지 한 이 언술의 행간에서 이제 20년을 보낸 21세기 지구촌 삶의 한 단면이 비쳐진다. 우리말 번역서의 추천 글을 쓴 이정우 교수의 다음과 같은 지적은 새겨볼만 하다. "흥미롭지만 어디까지나 미래에 대한 개연적인 추론이다. 따라서 이 저작은 (.....) 미래의 가능성을 미리 짚어보는 담론으로서 읽혀야 할 것이다. 그 가능성중 어느 것이 현실화할 것인가는 인류의 노력에 달려있다."

이 책의 '젼염병' 항목을 읽어본다. "사람과 상품, 생물 등 '유목'의 부작용으로 대규모 전염병이 다시 창궐하지도 모른다. (.....) 세계적인 격리 조치가 취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잠시 유목과 민주주의에 대해 회의하게 될 것이다. 15세기에 국가별로 그랬던 것처럼 전염병 때문에 경찰이 생겨날 것이되 이번에는 분명 세계적인 경찰일 것이다. (.....)". 속히 진정되기를 세계인이 염원하는 코로나19 창궐 앞에서 이 대목은 앞으로의 21세기 삶에 관련하여 여러 생각을 들게 한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학전공 명예교수,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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