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에서 게임을 하는 청소년 가운데 마스크를 쓰고 있는 학생은 드물었다. 사진=이심건 기자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청소년 가운데 마스크를 쓰고 있는 학생은 드물었다. 사진=이심건 기자

개학 연기… PC방으로 몰려든 학생들
밀폐된 공간서 대화·고성 … 방역 사각지대 노출
업주, 손소독제 비치·키보드 세척… “사람많아 난항”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다 쉬어가지고 PC방 온 거예요. 놀 데가 없으니까. 제 친구들은 다 PC방 가는 것 같아요."

4일 오후 3시경 대전 둔산동에 위치한 한 PC방. PC방 안에 들어서니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인근 식당가에는 코로나에 대한 공포로 발길이 뚝 끊겨 적막만이 흘렀지만, PC방에는 학생들로 활기가 넘쳤다. 100대가 넘는 컴퓨터 모니터 앞은 이미 중·고등학교 학생들로 가득 차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 5명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게임을 하고 있었다.

김 모(17) 학생은 "한 시간째 PC방에 있었다"면서 "부모님과 선생님이 되도록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집에만 있으면 답답해서 나왔다"고 말했다.

PC방이 방역 사각지대로 급부상하고 있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 확산으로 개학이 연기되자 갈 곳 잃은 학생들이 PC방으로 향하면서다.

지난 2일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유·초·중·고 개학 연기를 발표하며 전국 학교 개학일은 오는 23일로 미뤄졌다. 개학 연기와 함께 정부는 PC방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을 자제할 것을 당부한 바 있지만 학생 자율에 맡겨지다 보니 당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비슷한 시각 대전 유성구 또 다른 PC방도 학생들로 가득했다. 학생들 사이에선 안전 불감증도 퍼져 있었다. PC방 입구에는 '마스크 미착용 고객님은 출입을 불허합니다. 매장 내에 비치된 손소독제를 꼭 사용해 주세요'라는 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게임을 하는 청소년 가운데 마스크를 쓰고 있는 학생은 10명 중 1명꼴이었다.

대다수 학생은 마스크를 모니터 앞에 벗어 두거나 턱에 걸고 있었다. 학생이 빽빽하게 모인 밀폐된 공간에서 많은 대화와 고성도 오갔다. 밀집한 공간에서 침방울이 튀기 쉬운 환경이었다.

최 모(16) 학생은 "친구들 사이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되면 학교를 더 안 나가도 되니 이득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면서 "젊거나 청소년의 경우 걸려도 중증으로 진행하지 않는다는 정보도 퍼지고 있어 마스크를 잘 쓰지 않는다"고 전했다. 실제 부산에서는 중학생 등 2명이 PC방에서 게임을 하다 코로나에 감염된 사례가 있었다. PC방 업주들은 손소독제를 업장에 두거나 이용한 컴퓨터의 키보드를 세척하는 등 위생 관리에 나섰다. 하지만 수백 명의 학생이 이용하는 PC방의 특성상 관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PC방 점주는 “코로나 사태가 확산되면서 마스크 착용 안내문과 매장 안에 손소독제를 놨다”면서 “관리를 하려고는 하는데 워낙 사람들이 많이 오가서 쉽진 않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와 관련해 휴업하는 대전지역 유치원과 학교는 모두 561곳이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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