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철 세종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3년마다 만15세(중3~고1) 학생을 대상으로 한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연구(PISA)’에서 한국은 항상 최상위권임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다음은 2003년 PISA 결과가 나온 직후 어느 칼럼에 실린 내용이다. 핀란드가 1위 한국이 2위로 결과가 나오자 한국 교육 관계자는 웃으며 핀란드 교육 관계자에게 말을 걸었다. “근소한 차이로 저희가 졌네요!” 그러자 핀란드 교육 관계자가 화답했다. “저희가 크게 앞섰네요. 핀란드 학생들은 웃으면서 공부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울면서 공부하지 않나요?” 우리의 교육 현실을 패러디한 대화다.

 핀란드는 학습 수준에 따라 우열반을 편성하거나 수준별 수업을 하지 않는다. 특수교육대상 학생들도 함께 어울려 공부한다. 열등감과 낙인효과는 학습 의욕과 흥미를 떨어뜨리고 자존감을 잃게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양한 개성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협동하고, 각자의 수준과 속도로 공부하는 ‘맞춤형 자기주도 학습’을 지향하는 것이 핀란드 교육의 원칙이다. 핀란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고난의 역사를 지나왔다. 오랜 예속에서 벗어나 1917년 독립 선언을 한 핀란드가 마주친 현실은 강대국으로 둘러싸인 작은 나라. 최우선 과제가 생존이었던 핀란드는 가진 것이 너무 없어서 사람을 키워야 했다. 핀란드의 핵심 국가 전략은 ‘교육혁신’이었다.

 핀란드는 인구 550만 여명으로 한국의 약 10분의 1수준이다. 문화 전통, 인구 규모 면에서 우리와의 단순 비교는 한계가 있으나 핀란드 교육이 주는 시사점은 명료하다. 이른바 선진 강국들이 실용 교육을 내걸고 ‘경쟁’을 강조할 때 핀란드는 ‘협동’을 선택했다. ‘경쟁은 필요없다. 협동이 살길이다’라며. 경쟁은 경쟁을 낳아 결국 유치원생들까지 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말려들게 될 것으로 보았다. 초중등 교육은 ‘좋은 시민이 되기 위한 과정’이고 경쟁은 좋은 시민이 된 다음의 일로 보았다. 정권이 바뀌어도 교육의 원칙은 바뀌지 않았다.

 한국은 2010년 이래 몇몇 시·도교육청이 학교혁신 정책을 도입한 이후 2018년부터는 국가 차원에서 학교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고무적인 것은 PISA 2018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이전에 비해 ‘삶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 지수(10점 만점 6.52)는 OECD 평균(7.04)보다 약간 낮지만, PISA 2015 대비 OECD 평균은 하락한 반면 한국은 상승하였다. 특히 만족함(7 이상)이라고 응답한 학생 비율은 56.7%로 참여국 중 가장 많이 상승(3.9%p)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PISA 2015 대비 OECD 회원국의 평균 점수는 모든 영역에서 하락한 반면 한국은 수학과 과학의 평균 점수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 것 역시 희망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사람의 특성은 다양하다. 학습 내용을 이해하는 정도를 의미하는 ‘인지적 특성’, 태도·가치관 등의 ‘정의적 특성’, 신체적 활동이나 기능을 의미하는 ‘심동적 특성’ 면에서 모두 다르다. 각 특성의 발달 속도 역시 개인별로 모두 다르다. 이른 나이에 인지적 능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도 있고 성인 이후에 많은 성장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인지적 능력은 떨어지나 정의적, 심동적 특성이 발달한 학생도 있다. 어느 한 시점에서의 평가가 한 사람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일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개인차를 인정하는 교육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양한 특성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어울려 학습하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할 줄 아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교육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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