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식 맥키스컴퍼니 사장

"지역에 내려와 가격이 폭락한 농산물을 잘 알려서 소비 촉진을 하는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30t 정도 되는 감자를 구매해줄 수 있겠습니까?"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 부회장은 "제가 힘써보겠다"고 답변했고, 실제 이마트가 사들여 완판했다. 이 한 통의 전화가 정용진이라는 오너 경영인과 기업의 이미지를 바꿔 놨다.

정 부회장에게 박수가 쏟아지는 현상이 반가운 것은 우리나라의 '반(反) 기업정서'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여서다. 2001년 한 국제 컨설팅회사가 세계 22개국을 비교한 조사 결과를 처음 발표했는데 우리나라가 가장 심각했다. 이후 '반 기업정서'라는 표현이 흔히 쓰였다.

엄밀히 말해 반 기업정서라는 표현에 오해의 소지가 크지만, 오너 개인의 문제가 해당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으로까지 이어지는 현실이다 보니 이 자리에서 굳이 따질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단지 반 기업정서가 단순히 정서적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는 점은 분명히 짚어야 할 것이다.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기업을 옥죄는 규제개혁을 강화하고 결국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기업들보다 훨씬 많은 기업이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 앞서 언급한 신세계 이마트는 일찌감치 전통시장·자영업자·중소기업과 '3대 상생' 목표를 정했다. 전통시장 안에 대형마트 격인 노브랜드가 입점하는 역발상을 실천한 것도 그 일환이다.

실제 노브랜드가 상생스토어란 이름으로 전통시장에 입점하면서 지역 상인들의 매출 동반성장을 이끌고 있다. 그 1호점이 충남 당진 전통어시장에 들어섰고, 대전 산성뿌리시장에서도 노브랜드가 앵커 역할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 제품 판매와 수출에도 도움을 준다. 하지만 신세계만큼 지방에서 대기업의 공헌활동을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글로벌화한 대기업은 전 세계로 공헌활동의 영역을 넓혀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가 열악한 지방에서 향토기업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한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향토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은 지역사회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향토기업이 '착한회사'로서 그 역할을 다하려면 지역민의 응원과 가치구매가 전제돼야 한다. 그래야 향토기업이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나 지역의 일자리와 부를 늘리고 '함께해서 더 좋은' 사회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 정용진 부회장이 많은 박수를 받는 까닭은 배포 큰 선심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제값 받고 팔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농민에 대한 배려심이 공감을 얻어서일 것이다. 우리 지역에도 제2, 제3의 정용진은 분명히 있다. 이들에게도 박수를 보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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